원유 시추

원유가 배럴(158.9리터)당 26달러선 까지 주저 앉으면서 기름값으로 곳간을 채웠던 산유국들의 부도 위험성이 점증하고 있다. 산유국 부도 위기는 글로벌 경제는 물론,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을 자극해 세계 평화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2월 인도 가격은 26.55 달러로 2003년 5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저 가격을 기록했다. 2014년 6월 배럴당 108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1년 반 만에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에만 70% 가량 하락했고 올 들어서도 20% 가량 내려 앉았다. 여기에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하루 50만 배럴 증산”을 외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유가 할인 경쟁에 나설 태세다. 오일 거래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10달러 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우유 1리터 가격이 석유 2리터와 맞먹는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원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산유국들의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사우디 재정적자는 2015년 GDP의 1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남미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21일 블룸버그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65개국 중 올해 초 5년 만기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오른 나라는 62개국이나 된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 파생상품으로,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질수록 CDS프리미엄은 오른다. 특히 사우디의 5년 만기 CDS프리미엄은 109.08bp(1bp=0.01%)로 최근 6년여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는 6,986,47 bp로 사실상 거의 부도 직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는 151.06 bp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러시아는 연초에만 28%가량 뛰었다. 이외에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도 연초 이후에만 각각 20~60% 가량 급등했다.

문제는 산유국들의 부도 위험이 ‘중동 정치 불안’으로 이어져 세계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각종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국민들을 달래온 중동 국가들이 복지 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되면 국민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불만을 외부로 분산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펴게 되고 이는 분쟁의 씨앗이 된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티나 카우쉬 카네기 연구소 연구원은 “최근의 저유가 기조는 향후 2~3년 동안 걸프 지역에 또 다른 분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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