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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장은 월급 주려 대출… 부모는 “교육질 떨어질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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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장은 월급 주려 대출… 부모는 “교육질 떨어질라” 불안

입력
2016.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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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원아 40% 있는 서울 경기 아우성

원장들 “엄마들에 말 못 꺼내” 전전긍긍

일부 부모 “보육비 오를라” 취업 포기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대립 속에 일선 유치원·어린이집에 지원금이 끊기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유치원의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대립 속에 일선 유치원·어린이집에 지원금이 끊기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유치원의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부와 지역 교육청의 극한 대치 속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 중단 사태에 직면한 일선 유치원 및 어린이집은 19일 불안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 보육기관에 어린 자녀를 맡긴 학부모 역시 교육수준 저하, 보육료 인상 등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ㆍ경기 유치원 직격탄

가장 동요하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다.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원아 수의 40% 이상(55만7,000여명)을 차지하는 이 두 지역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지방 교육청은 국가에 무상보육 예산 편성 책임이 있다며 올해 예산에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만 편성했는데, 이마저 지방의회에서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보육교사 급여 지급일인 20~25일에 맞춰 일선 보육기관에 지급되던 지원금이 끊기게 되면서 현장의 당혹감은 역력하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유치원, 특히 사립 유치원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가 아이행복카드(신용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고 한 달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형식이라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반면, 사립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그달 교사 월급을 지급하는 재정구조인 탓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미숙(58)씨는 “교사 월급을 국공립 유치원 수준에 맞춰주고 있어 초봉이 177만원, 10년 경력이면 253만원”이라며 “지원금 70%를 교사 인건비로 지출하는 상황인데 지원이 끊기면 어떤 교사가 남아있으려 하겠나”고 되물었다. 신상인 전국국공립유치원회 회장은 “국공립 유치원 지원금은 원아 1인당 6만원으로 사립(22만원)보다는 적지만 급식비를 제외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받기 때문에 지원 중단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원비를 곧바로 인상하기도 곤란해 원장 개인 명의로 빚을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태가 조기 종료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경쟁 유치원에 학생을 뺏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A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지원 중단 사실을 알리고 분담을 요청하고 싶지만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다”며 “유치원은 법률상 교육기관이라 교육청 승인 없이 유치원 명의로 대출을 할 수 없어 일단 내 이름으로 3,000만원을 대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지속될까” 학부모 불안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이에 못지 않다. 서울의 한 유치원 원장은 “겨울방학 이후 누리과정 지원 안되면 어쩌냐, 원비가 오를까봐 부담스럽다는 학부모 전화가 매일 같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섯 살 딸을 둔 성모(40ㆍ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언제든 지원금이 끊겨 보육료 부담이 증폭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학부모 사이에서 누리과정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명선희(35ㆍ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씨는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재취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긴다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계속 내가 아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이 곧 수습될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지만, 매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파행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누리과정의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학부모는 “어차피 누리과정 지원금이 중단될 것이라면 그만큼 돈을 더 부담하고 보육료가 비싼 사설 놀이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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