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작곡가 2인 '백세인생' 김종완, '드림' 박근태

트로트 ‘백세인생’의 가수 이애란(위)과 듀엣곡 ‘드림’의 수지와 백현(아래). MBCㆍ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연말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곡이 ‘백세인생’ 이라면, 병신년(丙申年) 신년 가요계를 달구는 노래는 ‘드림’ 이다.

대화나 글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짤방’ 으로 입소문을 탄 ‘백세인생’은 ‘~전해라’ 란 중독성 있는 가사로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며 유행가가 됐다. 아이돌그룹 미쓰에이 멤버인 수지와 엑소의 백현이 듀엣으로 부른 ‘드림’ 은 지난 7일 첫 공개 후 12일까지 6일 동안 멜론ㆍ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휩쓸고 있다.

두 히트곡의 숨은 1등 공신은 김종완(63)과 박근태(44)다. 김종완은 ‘백세인생’ 인생의 가사와 멜로디를 직접 써 25년 동안 무명으로 살았던 트로트 가수 이애란의 인생을 바꿔놨다. 박근태는 가요계 3대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수지)와 SM엔터테인먼트(백현)의 합작과 아이돌의 변신을 이끌어 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새해 가요계를 흔든 두 작곡가를 만났다.

'백세인생'의 가사를 쓴 작곡가 김종완(왼쪽)과 '드림'의 작곡가 박근태(오른쪽). 트로트와 K팝 부문에서 2016년 가장 주목 받는 창작자들이다. 김종완ㆍ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백세인생’ 김종완 “후속곡? 환생은 어떨까?”

1980년대 초반 전남 나주. 김종완은 신아일보 해직기자였던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직접 꽃상여를 맸다. 발인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와 술 한 잔을 마시자 눈물이 쏟아졌다. 50대에 세상을 떠난 친구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렇게 인생이 허망한가’란 무상함이 뒤엉킨 탓이다. 김종완은 이때 ‘내가 원하는 날까지 살다 알아서 가고 싶을 때 떠나겠다’는 바람을 저승사자에게 전하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나온 곡이 ‘백세인생’ 이다.

김종완은 “전해라는 가사는 사극 속 흔히 나오는 ‘전하라’ 는 표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처음엔 국악으로 만들었고, 아는 분 중에 악기(장구) 인간문화재 분이 있어 문하생들에게 이 노랠 가르쳐보라고 불러드린 게 시초”라고 곡의 탄생 배경을 들려줬다.

‘백세인생’ 의 주인공이 이애란이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노랜 장터 각설이들 사이 급속도로 퍼졌는데, 가사를 변형해 부르는 게 속상해 김종완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만난 게 행사장에서 노래 부르던 이애란이다. 김종완은 “이애란에 물어보니 종로에서 장구를 배우다 이 노래를 알게 돼 행사에서 불렀다고 하더라”며 “알고 보니 이애란이 친구의 사촌동생이었고, 가수라고 해 그 곡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노래 제목도 ‘백세인생’ 이 아니었다. 김종완은 1995년 이 노래 제목을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로 지었다가, 2012년 ‘저 세상이 부르면’으로 바꿨다. 김종완은 마지막으로 곡 제목을 ‘백세인생’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2012년 사회적 화두가 고령화시대였고, 백세인생이란 말이 나왔다”며 “그런 시대적 배경에 맞춰 희망적인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김종완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등을 쓴 정두수 작사가 밑에서 작사를 배웠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73년 일이다. 법학도로 가수가 되길 원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작사가 꿈을 키우던 그는 1990년 KBS1 드라마 ‘서울뚝배기’의 주제가 ‘빈 가슴’의 작사를 해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사 지론은 “노래에 해학을 담자”다. 김종완은 “대중가요는 시대를 대변하는 언론”이라며 “내가 사랑 타령하는 노래를 안 쓰는 게 그 이유”라고 강조한다. 그는 “작사는 말을 짓는 일인데 요즘 아이돌 노래는 문맥조차 맞지 않는 게 많아 안타깝다”며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로 듣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백세인생’ 뒤 내놓을 신곡은 어떤 곡일까. 김종완은 “정말 고민이 많다”면서도 “사람들이 ‘백세인생’ 속 150세가 돼선 죽는 걸로 해석하는데 노랫말 속 극락세계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란 뜻도 있다. 그래서 저승으로 넘어갔다 다시 이승으로 건너오는 환생의 얘길 다뤄볼까 생각 중”이라고 웃었다.

수지ㆍ백현 이끈 박근태의 도전 “새 가치 찾아야”

“도대체 수지와 백현을 어떻게 섭외했어?” 박근태 작곡가가 지인들에게서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JYP와 SM의 간판 아이돌을 회사 밖으로 끌어내 듀엣 프로젝트를 성사 시킨 데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다.

이는 박근태의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이 만나 기존 그룹에서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란 상상에서 시작됐다. 가장 먼저 점 찍어 둔 여자 아이돌은 수지였다. 그가 2013년 출연한 MBC 드라마 ‘구가의서’ O.S.T 수록곡 ‘나를 잊지 말아요’ 에서 들려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톤에 끌려서다. 춤추던 아이돌 수지의 가수로서의 매력을 포착한 박근태는 미성이 돋보이는 백현을 듀엣 파트너로 정했다. 그리고 승부수를 던졌다. 댄스와 발라드가 아닌 재즈곡을 만들어 JYP와 SM에 보낸 것이다. “수지와 백현의 목소리엔 재즈가 어울린다”는 게 이유였다.

돌아온 대답은 “오케이”. 제안을 할 때 큰 욕심은 갖지 않았지만 그러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23년 차 작곡가 박근태는 이 듀엣을 2년 전에 기획했고 실제로 수지와 백현을 한 자리에 모으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박근태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사가 의뢰하는 곡을 제작하는 걸 넘어 창작자들이 가수에서 새로운 가치나 이미지를 찾아 먼저 기획사에 제시하는 게 앞으로 작곡가 등에게 요구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태는 2월에 새로운 듀엣 프로젝트도 내놓는다. “해외 유명 가수와 국내 가수의 듀엣 프로젝트”라고 귀띔했다.

1992년 대학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하며 곡을 만든 박근태는 대형기획사에서 “셀 수 없이” 문전박대 당했다. “직접 데모테이프를 돌렸는데 다 퇴짜 맞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름을 세상에 알린 곡은 룰라의 ‘100일째 만남’ (1994)이다. 이 곡이 성공하면서 깨달은 것이 “사람에게 맞는 곡을 쓰자”다. 그래서 그는 노래 부를 가수가 정해지지 않으면 곡을 쓰지 않는다. 가수의 현재 상황에 맞는 곡을 써야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결과물이 백지영의 ‘사랑 안 해’ 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 조PD의 ‘친구여’ 등이다. 박근태는 “한 번 가수의 타이틀곡 작업을 하면 두 번째 타이틀곡 작업은 되도록 피한다”며 “그래서 20년 넘게 작곡가로 활동하며 만든 곡 수가 200개 남짓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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