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데릴라’는 말 그대로 애 데릴러 가는 맘들 사이의 유행어로 그들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사진의 주인공은 대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고, 다들 예쁘다. 아마도, 애 데릴러 가기 전에 찍은 셀카로 여겨진다.

애데릴라는 애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중세 이후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프랑스다. 영어 신데렐라는 프랑스어 상드리용(Cendrillon)의 번역어로, 샤를 페로의 유명한 동화책에 등장한다. 최초의 이야기 제목은 ‘상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 슬리퍼’였다. 상드리용은 어근인 재(Cendre)에 축소 내지 감소의 뜻을 갖는 접미사를 붙여 만든 말이니, 상드리용을 직역하면 ‘재투성이 아이’가 된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끝은 왕자님과의 결혼이니까 애데릴라라는 말에는 행복으로 골인하는 낭만적인 미혼 시절의 여운이 깃들어 있다. 비록 애를 데릴러 매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 하지만, 그 전에 셀카를 찍으면서 자기의 외모나 피부 상태를 꼭 확인해 볼 정도로 나이나 마인드가 아직 젊다는 뜻이다.

한편, 왕자를 만나기 전까지 개고생 하던 신데렐라의 이미지도 애데릴라에 분명히 담겨 있다. 그런데 재투성이 애처럼 집에서 머물던 애데릴라는 애를 데릴러 가기 위해서 반드시 몸단장을 해야 한다. 애데릴라는 꼭 그렇게 하고 나가는 센스를 지니고 있다.

Cinderella의 발음을 가급적 들리는 그대로 적어 보자면 ‘신더렐러’가 된다. 액센트는 세 번째에 있고, 두 번째와 네 번째 모음인 ‘어’는 ‘어메리컨 슈와(american schwa)'라고 부르는, 짧고 약하고 불분명한 중성모음이다. 귀로 들리는 것을 그대로 적는다면, 때로는 ‘으’라고 표기할 정도로 모호하게 발음된다.

‘데릴러’는 ‘데리러’가 어법에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데리러’의 원형은 불완전동사 ‘데리다’이다. 불완전 동사는 보통의 완전 동사와는 달리 아주 극히 적은 경우에만 활용을 한다. ‘데리다’의 활용형은 ‘데려’ ‘데려다’ ‘데리러’ ‘데리고’뿐이다. 또 ‘데리다’는 그 자체만으로 동사 역할을 하지 못한다. 늘 뒤에 ‘가다’ ‘오다’ ‘주다’ ‘살다’ 등이 붙는다.

‘데리다’의 뜻은 “아랫사람이나 동물 등을 자기 몸 가까이에 있게 하다”고 풀이되어 있다. 그러니, ‘데리다’의 동작 주체는 대개 나이, 힘, 돈, 경험, 스킬 등이 많다. 이렇듯 ‘데리다’는 나이 등이 많은 사람이 보호자가 되어 더 어리거나 약하거나 모자란 사람 등을 ‘동반, 인솔, 대동한다’는 뜻이었는데, 1980년대 중후반 한국에 마이카가 보급된 이후에 ‘데리다’란 말에는 영어 ‘픽업’의 의미가 부가되었다.

만약 ‘신더렐러’와 ‘데리러’의 표기만이 굳이 옳다고 고집한다면, 애데릴러란 말은 상당한 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언어표기상의 착오는, 젊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거울을 보면서 아직 자기 외모와 피부에 애착을 두는 심리 상태와도 은근히 연결이 되며, 또, ‘신데렐라 콤플렉스’란 말에 함축되어 있는, 능력 있는 남편-왕자님에 의존하고 싶은 심리 구조와도 이어진다. 이것들의 문제는 무엇보다,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트로피 와이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릴라’를 로마자로 어거지로 표기하면서 이미 있는 단어 중에서 찾아본다면, Delilah가 떠오른다. 전에는 ‘삼손과 데릴라’라는 식으로 적었지만, 요즘 성경은 ‘들릴라’로 표기하며, 영어 화자 발음으로는 ‘딜라일러’다.

내 문화적 취향은 신더렐러보다는 딜라일러 쪽이다. 신더렐러의 왕자님은 뭔가 페티시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니와, 내게 매달리는 사람보다는 나를 망가뜨리는 사람이 차라리 더 매력적이다. 재투성이 콩쥐보다는 ‘팜므 팥알’ 쪽이 더 끌린다.

신데렐라 하면, 유리 구두와 더불어, 새엄마와 배다른 두 언니의 학대, 심술, 구박, 모함 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늘날 그런 학대, 심술, 구박, 모함 등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곧 다가올 ‘보육 대란’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대란은 수퍼우먼의 개인적 행운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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