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소녀상•10억엔 이면합의” … 한국정부 부정

“사실상 법적 책임 인정” 평가 뒤집고
“완전종결… 더 사죄 없다” 못 박고
“韓, 약속 어기면 국제사회서 끝” 망언
일본 보수 시위대가 29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문제 합의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있다.도쿄=AFP 연합뉴스

한일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직후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가 협상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 일본측의 사죄와 책임문제를 희석시켜 한국인들에게는 상처를 주고 국제사회는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위안부문제 협상 고비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수정돼 협상진전이 어렵다며, ‘한국이 골대를 옮긴다’는 말로 협상결렬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려왔다. 그런데 협상이 타결되자, 아베 총리가 골대를 옮기는 형국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지난 28일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공동발표에서 위안부 문제를 “군의 관여 하에 여성의 명예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도의적’이란 표현이 생략된데다, 고노(河野) 담화 등 과거 정부차원 사과 표현 때보다 그 주체를 더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과는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은 관련 다수 일본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평가했다.

그런데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란 언론의 보도가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29일 “법적 책임은 포함되지 않다는 점을 국민여론에 설명할 방침”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기금 10억엔(약100억원) 출연이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이면합의됐다는 얘기가 일본 언론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30일 전제조건을 한국 측이 내밀히 확인했다고 복수의 일본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소녀상을 가능한 빨리 철거해달라는 요구에 한국정부가 긍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서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한 이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이를 전면 부정했다. 실제 한일간 공동발표문은 ‘공관의 안녕ㆍ위엄 유지 관점에서 노력한다’는 표현뿐이어서 기금 출연의 전제조건으로 소녀상을 철거할 것이란 약속은 찾을 수 없다. 과연 한일 정부 어느 쪽이 ‘골대’를 움직이고 있는지 반문케 하는 행태다. 일본 측은 회담 전부터 ‘언론플레이’를 통해 기선잡기는 물론 한국사회 및 국제여론까지 조정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술 더 떠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종결됐으니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과 이 문제에 관해 정상회담에서도 말하지 않는다”고 29일 주변에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전화로 말해뒀다며 “한국이 TV앞에서 불가역적이라 했고,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끝난다”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은 일본에게도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민주당의 브레인인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호세이(法政)대 교수는 “일본우파가 한국여성(군위안부 피해자)을 비방 중상하는 것도 불가역적 해결에 반(反)한다”며 “향후 일본정부가 자민당 우파와 그 배후에 있는 우익의 막말을 비판하고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의 행태도 문제가 있다. 합의 발표 전 연일 일본에서 관련보도를 쏟아낼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결국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가 전제조건’이란 일본의 보도가 과연 오보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양국 정부가 모호한 공동발표문만 남긴 채 자국민들에게는 상충되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양국 국민의 감정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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