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공부하던 시절이 까마득합니다. 풀의 초록이 피리소리처럼 연주되던 작은 화단을 도망자처럼 지나쳐 회색 빌딩 속으로 달려가던 한 해였어요. 뒤얽힌 감정들의 수수께끼는 조금도 풀지 못했고, 지혜의 간단한 해답은 커닝조차 하지 못했어요. 나의 언어가 진실했다고도 차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까운 이들이나 풀잎처럼 여린 이들을 냉대했던 건 아니에요. 소음 속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것들이 있었고 어스름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소매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별이 몇 개쯤은 반짝이고 있을 거예요.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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