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주의 미디어나우]

’신서유기’ 나영석(왼쪽) PD, 출연진

모바일 영상에서 한줄기 금맥이 나타난 것일까. 케이블TV에서 ‘대박’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프로듀서들이 속속 모바일로 진출하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의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란 모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깃발을 꽂았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연출한 하정석 PD는 아예 CJ E&M을 퇴사하고 곧 모바일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하 PD는 요리 실력뿐 아니라 끼를 갖춘 이른바 ‘셰프테이너’들을 다수 발굴해 ‘쿡방 시대’를 열었던 주역 중 하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모바일 영상 산업은 재능 있는 1인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젊은층이 소비하는 제한된 시장이었다. 스마트폰으로 5~10분 잠깐 즐길 수 있는 영상이나 만화 콘텐츠 등 이른바 ‘스낵 컬처’가 대세로 부상하자 CJ E&M 등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투자가 시작됐고 웹 드라마도 다수 만들어졌지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모바일 광고 단가가 워낙 낮아 제작비 회수조차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랬던 시장이 주류 미디어에서 명성을 얻은 PD들의 진출로 변하고 있다.

신서유기가 이정표가 됐다. 나영석 PD라는 브랜드와 네이버라는 플랫폼 사업자가 만나 광고 단가를 끌어올렸다. 조회수 당 3, 4원에 불과했던 모바일 영상 광고 단가를 무려 25원으로 올린 것이다. 신서유기는 손익 분기점이라던 2,000만 뷰는 가볍게 넘은 5,200만 뷰를 기록했고 중국에 독점 공급한 QQ닷컴에서도 5,800만 뷰를 기록했다. 간접광고를 제외한 순수 광고수익만으로도 12억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신서유기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영석 브랜드의 힘만은 아니었다. 네이버가 TV캐스트라는 영상플랫폼에서 적극 밀어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네이버 앱에서 메인 위치에 배치된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것의 조회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국내 포털 시장에서는 압도적이지만 모바일에선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에 위협 당하고, 낮은 국내 모바일 광고 단가 때문에 수익성 악화 위험도 느껴 온 네이버는 신서유기를 일종의 전환점으로 보고 전폭 지원했을 것이다.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불확실한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한 결단력도 중요했다. 젊은이들은 이제 더 이상 ‘본방 사수’를 하지 않고, 1시간짜리 긴 방송을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는 건 방송가에선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방송사의 채널 파워를 잃을까, 모두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신서유기가 등장했다. 기존 방송사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네이버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도전하는 제2, 제3의 나 PD가 등장하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물론 우려할 부분도 있다. 짧을 뿐 기존 TV 프로그램과 그다지 차이 없는 콘텐츠가 계속 나오면 모바일 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사실 신서유기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을 10~15분 단위로 쪼개고 중간광고를 붙인 것일 뿐,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모바일의 특성을 전적으로 활용한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 빠른 컷 나열로 모바일 집중도를 극대화한 ‘72초 TV’처럼 참신한 형식의 영상이나 1인 미디어의 재기 넘치는 영상을 쉽게 접하는 세대는 오히려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다.

모바일 영상 시장을 개척해 온 1인 미디어와 독립 스튜디오들이 기존 강자들에 의해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네이버 에디터가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도 사장되는 TV캐스트 플랫폼은 ‘강자들끼리의 게임’이 될 조짐이 벌써 보인다. 현재 TV캐스트 메인에 걸려있는 영상들은 대부분 기존 TV 프로그램을 잘게 쪼갠 영상이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지인들의 공유를 통해 저절로 확산된다. 국내 최대 영향력을 지닌 네이버가 어떤 비전을 갖고 영상 플랫폼을 꾸며 나가느냐가 향후 국내 모바일 영상 시장의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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