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서울대학교 역사학 관련 학과 교수들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가 서울대 역사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를 발표하고 있다 . 왼쪽부터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 역사교육과 김태웅 교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올바른 역사교과서. 정부가 2017년부터 학교현장에 보급하겠다고 밝힌 국정 역사교과서의 이름이다. 현행 검정교과서의 집필진과 내용, 서술방식 등이 ‘올바르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이 같은 인식을 ‘좌편향’이란 단어로 정리해 국정화 홍보 문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 진위를 살피기 위해 본보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2013년 9월30일 작성한 ‘한국사 교과서 8종 비교-12항목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해 본문에 언급된 교과서 발췌 대목과 이를 비교ㆍ분석한 내용을 4회(10월 19~22일자)에 걸쳐 실었다. 검인정제와 자유발행제를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과 다수의 역사학자, 교사, 학생들의 반대를 거스를 정도로 편향적인지 독자들과 함께 들여다보고 직접 판단해보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좌편향’이란 정부ㆍ여당의 결론에 동의하긴 힘들었다. 극도의 편향성으로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를 두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이 논란이 됐지만, 한반도가 일본으로부터 근대 및 산업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8종 교과서가 공히 기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가 재건에 기반이 됐다는 점도 공통으로 언급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위해 개헌을 하고 친일 인사 처벌을 위한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는 서술 역시 대동소이 했다.

여권에서 분량과 표현이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일제시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 위안부, 박정희 유신통치 관련 서술 역시 그간 역사학계에서 통설로 자리잡은 수준이었다.

약소민족의 해방을 지지했던 소련의 사회주의 사상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당시 일제에 맞섰던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폄훼할 수 없을뿐더러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나 유신 시절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된 지식인들의 존재 모두 사실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연의 이 보고서는 최근 논란의 핵심인 건국일 문제나 한국전쟁 발발 원인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어떤 대목에선 과연 이런 정도의 문제로 나라가 둘로 나누어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지난 200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책사인 칼 로브가 국민을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갈라친 뒤 보수를 집결시켜 조지 W 부시를 재선시킨 게 연상되기까지 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학계의 집필거부 움직임에 대해 “이들 중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요청도 받지 못할 교수들이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는 인식이다. ‘국정화는 역사해석의 다양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학자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이런 모습에서 ‘올바른 교과서’가 탄생하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역사와 민심을 제대로 바라 볼 ‘올바른 시각’이 절실해 보인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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