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철수는 충북 제천군에서 농사를 지어 살면서도 판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철수 제공

“대종경(大宗經ㆍ원불교 창시자 박중빈의 언행록)의 내용이 제게 참 쉽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읽으며 제가 스스로 깨달은 것을 자연스레 판화로 그려냈죠.”

1980년대 민중화가에서 불교의 선(禪)화가로 변신한 목판화가 이철수(61)가 이번엔 원불교와 만났다.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신작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는 원불교의 교리가 적힌 정전(正典)과 대종경의 일부를 발췌해 그린 그림 205점을 보여주는 전시다. 지난 3년간 제작한 이번 연작은 원불교 교단이 2016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이철수에게 의뢰함으로써 완성된 작업이다. 김성진 원불교 백년기념사업회 교무는 “이철수 선생님 작품 특유의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이 대종경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해 의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철수가 본 원불교는 ‘일상 속의 수행’을 강조하는 종교다. 그는 “선불교의 교리는 어려운 면이 있어 이를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선화를 했던 것인데 원불교가 이미 쉽게 풀고 있더라”고 했다. “원불교의 지혜는 평범한 사람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불교식으로 참선 수행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등한히 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하더군요.”

불교에서 원불교로 신앙이 바뀐 것이냐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전 원래부터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모든 것을 다 믿는 셈이죠. 세상의 종교가 모두 한 지혜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도 원불교 그림이라기보단 제 그림의 원불교판(版)이라 생각합니다.”

이철수가 대종경의 내용을 보고 만든 판화 '참회문'. "심중의 탐진치 그대로 두고 어찌 죄업청정을 바라리"는 대종경의 내용이고 그 아래 자신의 주석을 담았다. 문학동네 제공

이철수는 1980년대 판화를 통한 현실변혁운동을 추구했으나 1987년 충북 제천군으로 이주해 농부가 됐다. “사실 도시와 주변 사람에 대한 실망이 커서 도망친 셈이죠. 그런데 시골에 가도 마음이 평화로워지진 않더군요. 이미 망가져 버린 현실이 누구도 내버려두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이철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미술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2002년 10월부터 자신의 판화작품 위에 일상ㆍ생명ㆍ환경ㆍ평화 등의 주제로 생각의 화두를 던지는 ‘나뭇잎편지’를 하루나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신의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보낸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모두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판화전은 11월 3일까지 열린 후 대구, 광주, 익산, 부산, 대전으로 이어진다. 전시마다 작가와의 대화, 관람객을 위한 판화 체험마당이 열린다. (02)399-1114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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