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국정화 땐 임시정부 법통 등

헌법정신 따른 역사서술 어려워져

진보가 근현대사 비중 강조하자

보수 두려움 느끼고 국정화 밀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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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국정제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를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하려는 시도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정제 하에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강조하면 좌편향, 자학사관으로 몰렸다. 국정교과서로 바뀌면 ‘헌법정신’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원로 역사학자 이만열(77)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1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 이후의 역사학계 모습을 이같이 예상했다. 그가 말한 헌법적 가치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4ㆍ19혁명의 이념 계승’이다. 이런 가치가 역사서술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올해가 해방 70주년임에도 집권세력이 국내에 임시정부 기념관 하나조차 세울 생각을 않는 점도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정화 추진세력에 대해 “국정화 추진의 논거가 불분명한데도 이를 밀어붙인 점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사학자의 90%가 좌편향 됐다”고 발언하는 등 집권세력이 역사학계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해왔지만 한번도 이를 입증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화론자들은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해 친일세력을 옹호하면서, 다수 학자들에게는 좌편향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독재와 친일세력을 비판하는 것이 좌편향인지 엄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진보세력이 집권한 이후 근ㆍ현대사의 비중을 강조하는 흐름이 이어지자,‘친일과 독재’라는 부채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수세력이 이런 흐름에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인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집권여당과 보수세력은 역사를 이끌어 가는 세력이 백성이고 세계사를 이끈 주체는 민중이라는 점을 부정하고 지배층이 주도했다는 식의 사관을 가졌다”며 “국정제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를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하려는 시도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권세력이 현재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의 성공과 성취를 부정하는 ‘자학사관’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하는 점도 반박했다. 그는 “‘자학사관’이란 1990년대 무라야마 정권이 일제통치를 반성하는 담화를 내놨을 때, 일본의 극우세력이 사용한 용어”라며“ 하필 그런 용어를 빌려 우리 역사와 교과서에 침을 뱉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해 “유신이 지향했던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역사관의 통일’을 주된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민심과 민중을 거스르는 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화에 맞선 이번 싸움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역사교육은 당대 역사학의 학문적 토대 위에서 학계 공론에 맡겨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사 연구자로 단재 신채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민족주의 사학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2006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 군부 세력을 비판하다가 해직되기도 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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