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으로 뻗어 있는 글자체에 매료

컴퓨터 정자체만 쓰던 예전과 달리

캘로그라피 등 디자인 선택 넓어져

K팝 가사나 한국 추억 담긴 문구도

미국인 데이비드 스파크스씨는 암에 걸린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친구의 애창곡 '서른 즈음에' 가사 중 일부를 문신으로 새겼다. 청주메가타투 제공

“가수 김광석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문신으로 새기고 싶어요.”

8일 충북 청주 상당구에 위치한 문신숍 ‘메가타투’에 미국인 데이비드 스파크스(38)씨가 들어섰다. 문신을 해달라면서 그가 보여준 문구는 김광석 노래 ‘서른 즈음에’의 가사 일부인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였다. 30여분간 문신사 서유정(24)씨와 글씨체, 문신 위치 등을 상의한 스파크스씨는 서씨가 직접 만든 글씨체로 왼쪽 팔 안쪽에 김광석의 가사를 문신으로 새겼다. 그는 “같이 음악활동을 하던 친구가 평소에 즐겨 부르던 노래”라며 “현재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친구와 한국을 기억하기 위해 한글 문신을 새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사이에 한글 문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난 제시카 리그워터(30ㆍ여)씨는 왼쪽 어깨에 한글 정자체로 ‘사랑’이라는 문신을 새겼다. 지난달 여행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그는 “직선으로 뻗어 있는 한글이 멋있게 느껴져 친구와 함께 문신을 했다”며 “이달 말 미국에 돌아가는데 샤워를 할 때마다 한국에서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인 루이스씨는 본인이 직접 만든 한국 이름 '린호'를 뒷목에 새겨 넣었다. 청주메가타투 제공

해외 팝스타들이 한글 문신을 새긴 것을 보고 문신을 결심한 이들도 있었다.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4년간 살고 있다는 한나(28ㆍ여)씨는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을 보고, 나도 ‘한나’라는 문신을 새겼다”며 왼쪽 팔목을 드러내 보였다.

최근 외국인 사이에 한글 문신의 인기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글씨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태원에서 문신숍을 운영하는 김모(27ㆍ여)씨는 “컴퓨터 글씨체(정자체)로만 한정돼 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문신사가 자신의 개성을 살려 직접 개발한 글씨체로 문자를 새기는 캘로그라피 문신이 대중화되면서 외국인의 호기심을 사로잡고 있다”며 “그들의 눈에는 독특한 글씨체로 보이기 때문에 한글 문신을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결코물러나’ ‘육개장’ 등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단어를 새기던 것에서 벗어나 외국인이 직접 원하는 문구를 새겨 넣는 추세다. 글자에 디자인 개념이 들어간 캘로그라피 문신이 인기를 끌면서 생긴 변화다. 메가타투의 김지훈(44) 문신사는 “요즘에는 문신사와 상의해 이름이나 노래 가사 등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문구를 새기거나 애초부터 자신이 직접 원하는 문구를 정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메가타투를 찾은 영국 북아일랜드 출신 루이스(26)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이날 뒷목에 ‘린호’라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아일랜드의 상징인 사슴과 흡사한 모습을 한 기린의 ‘린’자와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호’자를 따서 본인이 직접 만든 이름이라고 했다. 그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름을 단 하나뿐인 글씨체로 몸에 새겼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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