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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재소자 논거에 허를 찔린 하버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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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재소자 논거에 허를 찔린 하버드생

입력
2015.09.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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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명문대인 하버드대 학생들과 감옥에 수감된 재소자 사이에 토론이 벌어진다면 누가 이길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동부뉴욕교도소에서 열린 토론 대결에서 이 교도소의 청년재소자 세 명으로 이뤄진 토론팀이 하버드팀을 이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토론은 청년재소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바드 감옥 이니셔티브’프로그램이 주최한 교육 토론 대결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소자팀은 이 토론에서 “미국의 공립 학교는 불법 이민자 등 공립학교 입학자격이 불충분한 청소년들의 입학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논지를 펼쳐나갔다. 재소자팀은 시민권이나 영주권 등의 법적 자격을 갖춰야 미국 공립학교의 무상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이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결국 모든 학생들을 그저 창고에만 보관해 놓는 것처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공교육이 심각한 실패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밀 학급과 자금이 부족한 공립학교들이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할 수 있다면, 비영리 단체 등이 나서 이들 학생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3명의 심사위원들은 2대 1로 재소자팀의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 메리 누젠트는 양 팀 모두 훌륭했지만 재소자팀이 강력한 논거를 만들었으며, 하버드팀은 상대팀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 팀의 아나이스 카렐은 “우리는 허를 찔렸다”며 재소자 팀의 철저한 준비와 예상치 않은 논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재소자 팀원으로 살인죄로 복역 중인 알렉스 홀은 “우리가 하버드 학생들을 토론으로 이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도대체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선천적인 토론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청년재소자팀은 지난해 봄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대상으로 첫 토론대결을 벌여 승리한 뒤 승리와 패배를 거듭해왔다.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고 신문기사나 책 반입에 몇 주나 걸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토론을 준비했다. 하버드팀과의 토론을 앞두고 이들은 자신들이 비록 진다 해도 교육을 갈망하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2001년 시작된 ‘바드 감옥 이니셔티브’는 미국에서 인권학을 처음으로 학제화시킨 것으로 유명한 바드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능 있고 열정적인 재소자들에게 인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바드 프로그램은 교육이 재범율을 줄이는데 큰 효과 있음을 보여줬다. 바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3년간 300명 이상의 재소자들이 구금상태에서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들 중 다시 범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돌아간 비중은 2% 미만이라고 밝혔다. 뉴욕주 평균 범죄자의 40%가 재범 등 가석방 규정 위반으로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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