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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앞두고 동난 전세… 월세 쓰나미에 서민들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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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앞두고 동난 전세… 월세 쓰나미에 서민들 무방비

입력
2015.09.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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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전세 잠식은 시간문제로

서울 전세가율 이미 70% 돌파

앞으로 3년 상승세 지속 전망도

"공공임대 비중 OECD 절반도 안돼

물량 늘리고 세제혜택 등 병행을"

임대료 상한제 도입엔 첨예한 이견

“저금리로 인한 집주인의 월세 선호, 목돈을 월세 임대료로 허비하지 않으려는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가 맞물리면서 전세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 가을엔 이주 수요까지 겹쳐 더 심한 전세난이 올 것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지금도 전셋값은 투자수익으로만 따지면 비싼 게 아니다. 투자한 것에 비해 수익이 남는 게 경제 논리다. 남아있는 전세는 거침없이 오를 것이다.”(민태욱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일보가 6일 부동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가을 이사철 전세 대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는 섬뜩하다. 저금리 구조에서의 전세의 빠른 월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강남발 재건축 이주 행렬 등 임대수요가 줄줄이 대기하면서 전세 물량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주택의 충분한 공급과 함께 계층별로 구체화된 맞춤형 대책을 주문했지만, 전월세난을 대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돌파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가을 전세난, 그리고 코앞의 월세시대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 시장은 대격변기의 중간에 있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전세시장에 의존해오다 역사상 가장 낮은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급격히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전세난은 이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전세가 월세시장에 포획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서서히 전세시장이 없어지면서 월세로 대체될 것이라는 답변이 절반이 넘는 55%(11명)에 달했고, 빠른 속도로 전세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응답도 10%(2명)나 됐다. 나머지(35%)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끼고 사는 수요”(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이거나 “자본운용 차원에서 관리ㆍ재산ㆍ보유비용 등을 아끼려는 상위계층의 자발적인 고가주택 전세살이”(조명래 단국대 교수) 등 특정 수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만 남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집주인에 대항력이 없는 상당수 서민들은 월세시대의 파도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일보 설문조사에 응한 부동산 전문가들이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 가운데 6일 한 남성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벽의 주택 매매ㆍ임대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한국일보 설문조사에 응한 부동산 전문가들이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 가운데 6일 한 남성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벽의 주택 매매ㆍ임대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지역의 경우 이미 70%를 돌파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세도 지속되면서 전세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서서히 없어지면서 월세로 대체될 것”(55%) “빠른 속도로 전세가 사라질 것”(10%) 등의 전망을 내놓았다. 또 이런 전세가율 상승세가 2017년 이후까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70%에 달했다.

발등에 떨어진 올 가을 전세난은 더 큰 문제다. 설문 참여자 20명 전원이 올 가을 전세가격 상승세가 여전할 것이라고 봤으며 이중 60%(12명)는 “전셋값 상승폭이 적어도 2%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세 역시 상승할 거라는 답변이 60%에 달해 중산ㆍ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더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공공임대 물량 대거 늘려라”… 전월세 상한제 도입 첨예

이처럼 전ㆍ월세 문제는 대상 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특히 월세시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는 선택권이 없는 서민들일수록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하나의 묘수는 애초에 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시기별(장ㆍ단기), 대상별(세입자ㆍ집주인 등)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우선할 것으로 전문가 20명 중 8명(40%)이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거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매번 늘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약100만가구)에 불과하며 이는 OECD 평균인 11.5%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차 가구는 800만 가구 정도로 결국 세입자의 13% 정도만 제도권 안에 있는 싼값의 안정적인 임대 주택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위한 세제혜택도 과감히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착한 집주인’의 도덕적 양심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않을 경우 양도세나 재산세, 소득세 등을 면제 또는 할인(심교언 건국대 교수)하는 등 파격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입자를 대상으로는 “대출을 받지 않고 월세를 사는 사람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은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미국 뉴욕시가 올해 1년짜리 월세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했듯 우리나라도 전ㆍ월세상한제 같은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최은영 도시연구소 연구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장이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심교언 교수,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 등)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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