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개막식. BICF 제공

국내 희극인조차 통합하지 못한, 국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던 잔치였다. 예산 부족으로 공연장 마련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은 그간의 비난을 씻은 듯 날려버렸다.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BICF는 KBS2 ‘개그콘서트’ 개그맨으로만 채워졌던 지난 1,2회의 기억을 버리고 SBS(‘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까지 총출동했다. 원로 코미디언들의 무대도 있었다. 사전 부대행사로 BICF의 집행위원장인 개그맨 김준호가 부산 사직여고에서 코미디 특강을 했고, 한국 스위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 관계자들이 모여 ‘5대륙 코미디페스티벌 발전포럼’도 열었다. 허울뿐이었던 BICF가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무작위로 초빙하던 해외 공연팀도 심혈을 기울여 엄선했다. 28일 부산 경성대에서 마임과 음향만으로 웃음을 전한 엄빌리컬 브라더스(호주) 공연을 찾은 대학생 이미경(21)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ICF 공연을 모두 볼 수 있는 프리티켓(5만5,000원)을 구매해 봤는데, 지난해보다 공연 내용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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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 경성대 소극장에서 열린 호주의 엄빌리컬 브라더스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제공

엄빌리컬 브라더스는 마이크를 이용해 만든 소리로 100여명의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외국인이든 어린 유치원생이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가장 주목 받은 공연 중 하나였다. 이 밖에 슬랩스틱 공연을 선보인 쇼맨(영국), 그림자 공연의 스틱스톤브로큰본(캐나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관중을 웃긴 몽트뢰 코미디(이탈리아, 남아공) 등 11개국 30여개팀이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받던 국내 공연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농구 경기를 주제로 한 넌버벌 장르 ‘굿바이 마이클조던’, 옴니버스 구성의 ‘임혁필 펀타지쇼’, 마술이 가미된 ‘이리오쑈’, 19금 욕 개그를 표방한 ‘변기수의 반신욕쑈’ 등은 ‘개콘’의 한계를 뛰어넘어 축제를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29일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한무 김학래 엄용수 변아영 등 원로 코미디언들과 ‘웃찾사’의 ‘신국제시장’ 팀이 80분 공연을 이어간 ‘추억의 코미디 콘서트- 웃는 날 좋은 날’이 뜻깊었다. 이 코미디 축제에 신구 개그맨들이 한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다. 200여명의 관객 중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으나 20~30대 관객들도 추억의 코미디를 한껏 즐겼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로 이어지는 만담형 코미디와 김학래 한무의 언변이 돋보인 스탠드업 코미디가 볼거리였다. 다만 선후배가 한 코너에서 호흡을 맞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무대를 마치고 만난 김학래는 “슬랩스틱이나 마임 등은 언어장벽에 구애 없이 웃을 수 있기 때문에 K팝처럼 코미디의 한류도 가능하다”며 “BICF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내년에는 더 잘 만들어 코미디 콘텐츠의 수출까지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의 개막 갈라쇼 무대에 선 심형래(왼쪽)와 김준호. BICF 제공

부산=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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