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경기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최 회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 연합뉴스

“이번 사면은 대통령의 평소 원칙과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졌다.”

14일자로 단행된 광복 70주년 8ㆍ15 특별사면에 대해 김현웅 법무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공개 회의석상에서 나온 언급이었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김 장관이) 소회라고 밝힌 부분”이라면서 ‘친절히’ 공지해 줬다. 특사 관련 기사에 적절히 반영해 달라는 의중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이번 특사가 “대기업 지배주주ㆍ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깬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특사 혜택을 받은 경제인은 겨우 14명, 이 중에서도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 명뿐이라는 점에서 역대 정부가 걸핏하면 비리 기업인들을 대거 사면해 주곤 했던 경우와는 다르다고 볼 법도 하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원칙을 지켰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에는 헛웃음이 나온다. 사실상 ‘원 포인트’ 사면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최 회장 때문이다. 사법부는 최 회장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을 범행수단으로 삼아, 사적인 목적에 활용하는 기업 사유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표출했다.” 기업 사유화의 단면이 극명하게 표출된 문제 시점은 2008년 8ㆍ15 특사를 받은 지 불과 50여일 이후였다. 물론 925일간 복역하고 풀려난 지금 그의 잘잘못을 다시 따질 계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원칙대로라면, 다른 재벌기업 오너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사면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국민 법감정에 부합했을 것이란 얘기다.

만고불변의 원칙이란 없고, 때로는 원칙의 수정도 필요한 법이다. 최 회장 사면의 적절성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차라리 정부가 솔직하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납득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설득력 없이 무작정 ‘원칙을 지켰다’고 강변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에 ‘원칙의 훼손’으로만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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