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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만 갖췄을 뿐 진정성 결여된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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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만 갖췄을 뿐 진정성 결여된 담화"

입력
2015.08.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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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제3자 화법 물타기 일관"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대체적으로 “형식은 갖췄으나, 본질은 교묘히 빠져나가 진정성이 결여된 담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간접적 언급이 있었다는 점은 다소 평가할만하지만, 3자적 화법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사과와 책임의 주체를 명시했던 무라야마 담화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극도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마일드’했다”고 평가했다. 워낙 아베 담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탓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연구소장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는데, 간접적으로나마 형식은 갖추지 않았냐”며 “다만 마음을 담지 않은 담화였다는 점에서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 반성이라는 단어를 거론하고 ▦역대 내각의 인식을 답습한 점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일종의 반성이 들어갔다는 부분은 다소나마 전향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책임과 사과 주체를 일본으로 명시하지 않는 등 제3자 화법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물타기 담화’라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이 소장은 “무라야마 담화는 주체와 객체가 분명한 데 반해, 아베 담화는 간접화법을 썼다는 점에서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무라야마 담화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면, 이번 아베 담화는 ‘전후 일본에 대한 재평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과거보다는 미래, 반성보다는 자화자찬에 골몰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일 간 최대 과제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20세기 전시하에 많은 여성들의 존엄이 깊은 상처를 받게 됐다”고 언급한 뒤, 곧바로 “21세기 여성의 인권이 상처 입는 것이 없는 세기를 만들기 위해 세계를 리드해왔다”며 논점을 흐렸다는 것이다.

조선 합병의 발판이 된 러일전쟁을 미화하며 모순된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식민지배 합리화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러일 전쟁이 식민지배 하 아시아인들에게 용기를 줬고, 당시 서양 제국 중심으로 식민지가 확대됐다는 대목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게 국제적 조류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이어가기 위한 꼼수”라며 “본질적 인식이 바뀌지 않은 형편없는 담화”라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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