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 & 한국인] 前 언론인 브린 회장이 본 롯데 사태

한국의 대외 이미지 실추 악영향

외국서도 소유권 세습 종종 있지만 3대 이후엔 전문가에게 경영 맡겨

재벌 시스템 민주사회선 부적합, 주주가 나서 폐단적 시스템 바꿔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 싼 다툼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로비에서 취재진이 대기해 있다. 이 호텔 신관 34층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 사태의 본질은 오너 일가가 지분 2.41%로 거대한 제국(empire)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해외에 알려진 것은 한국의 재앙이다.”

마케팅 및 홍보컨설팅 전문업체인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의 마이클 브린 회장은 6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적은 지분을 갖고도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잇는 순환출자 시스템의 문제”로 봤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 더 타임즈의 서울특파원을 지내며 30년 넘게 국내에 살고 있는 한국 전문가다. 그가 1999년 쓴 책 ‘한국인을 말한다’는 한국에 부임하는 외신 특파원들의 필독서로 통한다.

외국인인 브린 회장의 눈에 비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심각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씨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어떻게 큰 그룹을 지배했는지 재벌 시스템의 작동구조가 낱낱이 알려졌다”며 “한국의 대외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했다.

브린 회장은 “이 같은 재벌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감정적인 차원의 일본 기업 때리기에만 매달릴 경우 해외에서는 한국을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롯데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는 다른 재벌들과 이를 용인하는 정부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신 총괄회장 일가가 한국으로 와서 사업을 하는 이유도 한국 정부가 이러한 재벌 시스템을 용인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1980년대 워싱턴타임스, 가디언의 서울특파원을 지낸 한국전문가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컨설턴츠 회장은 "롯데 사태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 재벌 시스템이 대외적으로 낱낱이 밝혀진 것이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외국에서도 소유권 세습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한다. 브린회장은 “외국에서도 소유권을 세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주 적은 지분으로 순환출자해 경영권까지 갖는 게 문제”라며 “3대까지 세습하면 경영능력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브린 회장은 재벌 시스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박정희 정권 때 재벌 자체가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해서 유효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합당한 시스템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바로 잡기 위해 브린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주주가 나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정책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기 보다 주주들이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며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엘리엇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브린 회장은 경영자의 소통 의무도 강조했다. 그는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영자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주주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한국 언론에서 재벌 회장이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을 만큼 그들은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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