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다 日 롯데홀딩스 사장 "신격호, 같은 질문 반복하거나 의아한 발언"

도쿄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ㆍ72·사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침착하게 대화하지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다소 의아하게 생각되는 말을 한다”며 자신이 신 총괄회장과 대척점에 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에 서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업은 신동빈, 일본 사업은 쓰쿠다 체제가 매우 안정적”이라며 한ㆍ일 롯데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쓰쿠다 사장은 4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를 갖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신 명예회장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27일 변호사만 동석시킨 상황에서 면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 때 (신격호 회장이)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게 대화를 나눴지만 도중에 ‘어’하고 생각되는 국면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답을 했는데도 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혼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ㆍ일 롯데 분리설은 일축했다. 쓰쿠다 사장은 “한일 롯데가 서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신동빈 회장이 상품판매 등에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사업을 신동빈이, 일본 사업을 신동주가 맡는 과거의 롯데 경영 구도로 돌아갈 가능성을 부정한 셈이다.

이어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가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시기에 대해 “이미 6월 말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고 전제한 뒤 “시간적인 축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 언제, 어떤 내용이 될지 말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선 “머리가 좋고 우수한 분”이라면서도 “기업 통치의 룰과 원칙에 따라서 그렇게(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신동주 전부회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6명의 이사회 안에서 의견 차이는 있다, 모두가 통일돼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이견이 있었음을 간접 인정했다.

쓰쿠다 사장은 회견 내내 신격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부르며 지난달 28일 이사회 결정이 ‘기정 사실’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선 시종 ‘히로유키(일본명)’로 명명했다. 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세상을 소란스럽게 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쓰쿠다는 은행과 호텔경영 등을 거쳐 2009년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를 발탁한 것은 신격호 회장이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지난달 28일 휠체어에 올라 귀국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