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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롯데, 결국 기업가치 높일 선택으로 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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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롯데, 결국 기업가치 높일 선택으로 갈밖에

입력
2015.08.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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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이 드디어 일본에서 귀국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에서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치부가 드러나고, 기업 이미지까지 급격히 악화한 상황을 의식한 듯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입국장에 도착하자마자 말 없이 고개부터 깊이 숙였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을 뒤흔든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의 당사자로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27일 불거진 롯데 ‘형제의 난’은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국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만든 막장 드라마에 다름 아니었다. 볼썽 사나운 다툼이 가업(家業)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제3자가 보기엔 그랬다. 운신마저 힘든 고령의 창업자를 가운데 두고 형제와 누이, 어머니와 삼촌이 회오리처럼 돌아가고, 가족 간 손찌검 얘기까지 흘러나온 대목에선 차라리 외면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배구조가 어떻든 롯데는 더 이상 일개 오너 일가의 이권 다툼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거대한 공적(公的) 자산이기 때문이다.

골육상쟁 같은 상황에 대한 염증으로 기업 롯데에 대한 반감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일본어 통용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다. 롯데를 아예 일본 기업으로 매도하는 주장도 들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롯데의 사회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우리 산업발전에 기여한 바는 옛일로 치더라도 유통과 관광, 제과 등 서비스ㆍ소비재 산업에서 자산 83조 원의 롯데가 생산해내는 부가가치는 무시될 수 없다. 기존 임직원 수 10만 명에, 매년 1만 명 정도를 창출해내는 고용 능력 역시 롯데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롯데 사태는 ‘형제의 난’이라는 전근대적 프레임으로 풀어갈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재계 5위의 거대 기업집단이 신 총괄회장 한 사람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제각각 감정과 이권, 야심을 좇아 이합집산을 벌인 끝에 지분의 세력균형을 이룬 상태라면 해결책은 자명하다. 나머지 지분권을 행사할 주체들이 냉정하게 판단해 오직 롯데의 지속적 발전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 신 총괄회장 3부자가 사태를 현명하게 수습하는 게 여전히 최선이지만, 못할 경우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의 분명하고 현명한 선택만이 위기를 최소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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