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노동시장 개혁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내에 새로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이 ‘조건부 노사정 복귀’의사를 밝혔으나, 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새누리당이 한국노총을 끌어들여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려던 기대마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장에 임명된 이인제 최고위원은 노사정위가 상설기구로 가동 중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대타협기구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복귀가 무산됨으로써 노사정위를 재가동하려 해도 할 방법이 없어졌다. 게다가 노사정위는 이미 노동개혁 협상에 실패한 기구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합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더욱이 노사정위에는 대기업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은 빠져있다. 현실적으로 노사정을 통한 노동개혁 논의가 어려워졌고, 설혹 재가동된다 해도 실효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동개혁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당사자간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려면 여야는 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청년 대표와 비정규직 대표,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뒷말이 남지 않는다. 노동개혁 실행은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하므로 사회적 기구는 마땅히 국회에 설치돼야 한다. 노동, 복지 등 국민생활에 직결된 중요 정책은 이해당사자들끼리 논의와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도 국회에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노동계의 사회적 논의기구 요구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 여당이 올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도 성급하다. 내년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과 총선 등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시한을 정해놓으면 부작용이 더 크다. 이견이 많은 정책일수록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취업규칙 변경이나 일반 해고요건 완화는 노동계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방통행식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노동개혁뿐 아니라 경제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도 함께 논의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노동개혁만으로도 타협이 쉽지 않은데 다른 이슈까지 끼어 넣자는 건 아예 노동개혁을 하지 말자는 거나 다름없다. 여야 모두 정치적 득실을 배제하지 않으면 노동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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