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나흘간의 대정부질문이 24일 마무리됐다. 임명된 지 며칠 되지 않은 국무총리를 상대하는 자리였던 만큼 애당초부터 수준 높은 정부 답변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메르스가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시기였다는 점도 국정 전반에 걸친 생산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에는 힘든 조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정부 질문은 나흘 내내 황교안 총리에 대한 청문회 내지는 메르스 국정감사장을 연상케 했다. 대정부질문이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를 기본 취지로 한다는 점을, 또 이를 통해 의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정부질문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풍경은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쏟아내는 대목이었다. 새누리당의 정미경(수원권선) 의원은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질문시간 대부분을 지역구 인접 지역인 화성시의 화장장 설치 비판에 할애했다. 또 같은 당의 김학용(경기안성) 의원은 중앙대 본ㆍ분교 통합으로 안성캠퍼스 상주 학생이 줄어 지역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보다 못한 야당이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구 사업 민원해소용 귀중한 질문시간을 썼다”고 비웃었지만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 경제분야 질문 날이던 22일 이개호(전남담양) 의원은 담양의 전차포 사격장을 전방으로 옮겨 줄 것과 KTX 김제 장성 노선 연장을 요구했다. 이날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지역구 민원들이었다.

의원들이 상임위 등 다른 자리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을 대정부질문 자리에까지 들고 나온 속내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 국정의 2인자를 상대로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받아낸다면 ‘지역 일꾼’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다음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정치권 논리다.

지역구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특수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정을 감시하기 위해 정부 각료를 불러놓은 자리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인상을 줬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서는 국회의원이라면 지역구 민원을 늘어놓을 자리 정도는 구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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