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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논란 '우국'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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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논란 '우국' 정말 몰랐나?'

입력
2015.06.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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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문순, 이미 15년전 '우국' 표절 첫 주장

창비, 표절 부인 철회…시비 규명 방식 등 '관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의혹이 이미 15년 전에 공식 제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 작가가 과연 그 표절 대상 작품을 "정말 몰랐을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 작가는 이번 표절 지적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의 소설 '우국'(憂國)을 "알지도 못한다"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이후 드러나는 정황들은 신 작가 해명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은 지난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신 작가에 대한 비평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를 싣고 신 작가의 '전설'을 비롯해 다수의 표절 의혹들을 전면적으로 다뤘다.

이 글은 '전설'이 '우국'과 유사한 구절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다가 모티브와 내용, 구조 면에서도 유사하다면서 '전면 표절'임을 주장하고 있다. 문인들 사이에서 메이저 미디어 역할을 하는 문예지에 자신에 대한 정면 공격성 글이 실렸는데 이를 15년간 아예 몰랐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신 작가는 1990년대 문학의 아이콘으로 등장해 지금은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36개국에 번역 출판되고, 아시아권 작가를 대표하는 '맨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한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해있다. 그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 자체가 한국문학계에는 비극적 상황이다.

여론은 신 작가와 표절 논란을 진화하려는 데에만 급급했던 출판사 '창작과비평'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과열되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들도 쏟아져 나온다. 지나치다는 우려도 적지 않지만, 자초한 일이란 지적이 다수다.

'전설'이 담긴 소설집 출간사인 창비가 첫 대응을 하면서 '헛발질'을 한데다 이후 표절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15년 전에 이미 규명했어야 할 문학계의 과제를 늦게나마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창비 강일우 대표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며 "추후 표절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 대한 공론화 등 크게 열고 논의를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18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실 있는 학술대회나 중립적이고 신망 있는 판정단 구성 등을 제안했다.

표절 규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면 이는 수년에 걸치는 지난한 과정을 걷게 될 전망이다. 이는 문학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최악의 '상처'가 될 수 있다.

창비가 하루 만에 표절 부인 입장을 철회하며 사과에 나섰지만, 대형출판사와 유명 작가 사이에 형성됐다는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는 19일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창비는 이제 백낙청 체제 50년의 빛과 어둠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은 당사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이고 진솔한 태도로 공론장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신 작가가 모범이 되는 작품들의 '필사'(筆寫)로 단련된 작가임을 지적하며 '무의식적인 표절' 가능성을 제기했다.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표절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가능한 일이지만, 그는 '고해성사'의 길과는 다른 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물론 언제든 돌아설 수 있고, 그 결정은 그에게 달렸다.

앞서 이번 표절 의혹 논란을 제기한 당사자인 소설가 이응준은 연합뉴스에 "이 일을 통해 한국문학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씨 표절 의혹을 추가로 제기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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