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은 대한민국 몇%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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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소득불평등의 원흉

소득불평등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돈이 돈을 벌지”라며 자본소득이 임금소득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가 분석한 ‘한국의 개인소득분포’ 자료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0.1%는 자본소득(60.5%)이 임금소득(39.5%)보다 훨씬 많지만, 상위 10%의 소득에선 임금소득(82.6%)이 자본소득(17.4%)의 3배가 넘는다. 결국 극소수의 최상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소득불평등의 주원인이라는 다른 연구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금융위기 이후의 소득재분배 정책의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소득 불평등의 83%가 임금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소득(26%)과 재산소득(4.8%)이 불평등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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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불평등이 개선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활동 인구 중 임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2014년 8월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0%가 넘는다. 이들의 불평등이 개선된다면 자연스럽게 전체 소득불평등도 완화된다는 뜻이다.

한국은 '매우 높은 불평등'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득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금 격차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이 국세청 원천 소득세 신고자료를 이용해 임금집중도를 분석한 '임금불평등의 장기 추세(1958~2010)'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의 임금 비중은 1995년 23.9%에서 2012년 34.8%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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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상위 10%의 소득비중을 기준으로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분류한 토마 피케티 파리정경대 교수는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소득 비중이 전체 국민 소득의 20% 이상인 국가를 ‘낮은 불평등’, 25%이상이면 ‘중간 정도의 불평등’, 35% 이상이면 ‘높은 불평등’, 45% 이상이면 ‘매우 높은 불평등’ 상태로 분류했다.

위 그래프를 살펴보면 1960, 70년대는 갑작스런 경제 발전과 함께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되다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생산직, 사무직, 관리직의 임금격차가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1995년부터 다시 임금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해 현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임금 소득만을 분석한 위 자료가 아닌 국세청 소득세 자료와 국민계정 등을 통합해 더 포괄적인 소득 정보를 분석한 김낙년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득비중은 2000년 35.4%(높은 불평등), 2012년 44.9%(매우 높은 불평등 상태 육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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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파리정경대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 매우 높은 불평등 상태에 육박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쉽게 빠지고 벗어나긴 힘든 ‘저임금의 늪’

앞서 임금 백분위를 확인한 후 혹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내 월급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위권이네?"하는 생각 말이다. 그건 당신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사람, 즉 저임금 계층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소득 구간별 인구 및 소득 합계

국세청의 2013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을 분석해 보니 연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777만2,886명으로 전체의 47.5%에 달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월급 166만7,000원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2013년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 주 40시간, 4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급은 77만7,600원이다.

저임금 계층이 많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저임금 계층으로 추락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사회이동성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 에 따르면 2005~2006년 도시근로자의 빈곤탈출률과 빈곤진입률은 각각 29.9%와 5.4%로 빈곤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90~1991년엔 각각 47.7%와 3.4%였다. 15년 만에 빈곤탈출률은 17.8%포인트 줄어들었고, 빈곤진입률은 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또 권고사직·명예퇴직 등으로 조기퇴직한 장년층도 저임금 계층으로 편입되기 일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년(50~64세) 남성의 경우 권고사직·명예퇴직으로 인한 조기퇴직 비율이 16.9%에 달한다. 그리고 재취업을 원하는 장년층에게 열린 자리는 단기·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년층 재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재취업한 장년층 중 45.6%가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속했다.

두 번째는 저임금 계층의 임금 상승률이 낮은 탓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소득 분배율과 개인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2년 임금 하위 70%의 실질임금 증가율(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최상위 10%는 5.9%가 증가했다. 지난 17년간 상위 10%의 월급이 6% 오른 반면, 평범한 대다수 국민들의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결론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정미화(55)씨와 회계사 박은우(35ㆍ가명)씨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보니, 입사 당시 2.75배였던 임금격차는 7,8년 만에 8.13배로 크게 벌어졌다. 정씨의 시급은 7년 동안 350원, 비율로는 6%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3,770원에서 5,580원으로 48% 인상됐다.

|||늘어나는 건‘질 낮은’일자리 뿐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최경자(62ㆍ가명)씨는 “20년째 게으름 한번 피우지 않고 맞벌이하며 일해왔는데 겨우 생활비만 충당할 뿐”이라며 “최소한 반찬값이 오르는 만큼이라도 월급을 올려 받고 싶다는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저임금 노동자가 늘고 임금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탓이 크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정부는 질 낮은 일자리만 쏟아내고 있다. 2007~2014년 근로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산업 분

야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16.8%인 14만7,000명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다. 환경미화원, 요양보호사, 가사 및 육아도우미, 어린이집 교사 등이 해당된다. 이 밖에도 식당 종업원, 대형마트 판매원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수많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고용보호 정책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기업의 고용유연화 전략에 따라 양산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6년 만든 기간제법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역설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들이 2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4년 말 정부는 기간제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2년 계약 때 노동자들을 내보냈던 사용자들이 4년 계약을 한다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012년 기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2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 4.36달러는 OECD 26개국 중 17번째이며, 평균 6.78달러에도 못 미친다.

1월 7일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이 청년착취대상 1위로 선정한 이상봉 디자이너.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초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열정페이’논란은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이상봉씨가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저임금, 무급인턴 등을 강요한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논란은 방송계, 미용업계, 문화예술계, 정부기관 및 대기업 인턴, 대학 시간강사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비정규직 중 청년층 비율은 34.6%에 달하며, 청년 중 첫 직장을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시작한 경우는 19.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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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신년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악관 유튜브 캡쳐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OECD국가 중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미국에서 절망 대신 희망을 읽는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년연설 덕분이다. 부자 증세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살리는 원동력은 임금 인상에 있다고 역설했다.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1만5,000달러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가(If you truly believe you could work full-time and support a family on less than $15,000)”라며 “그럼 당신이 해 보라(Go try it)”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달러 10센트(약 1만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약 7,800원)이며, 대한민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그 많던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그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산층을 살리는 방법으로, 소득 분배를 통해 그들의 실질 소득(지난 17년간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이 고작 0.1% 밖에 증가하지 않았던)을 증가시키는 것을 택했다. “나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제 대한민국을 돌아볼 차례다. 중산층은 얇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산층의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 다르면 전체 가구 대비 중산층 비중은 1990년 75%에서 2013년 67.1%로 감소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7.6%에서 14.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실제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마저도 자신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1995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근로자들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의 78%가 현재 자신의 모습을 중산층으로 그리고 있다. 나아가 적어도 5년 후에는 중산층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말 그대로 ‘너도나도 중산층’인 시대가 불과 20년 전이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2013년 조사에서는 46.4%의 응답자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긴 반면, 50.1%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분류했다. 그만큼 살림은 팍팍해졌고, 희망은 사그라들고 있단 얘기다.

|||희망이 말라가는 사람들

이기환(53)씨 : KT서 25년 근무.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 퇴직금으로 창업했으나 실패. 마지막 보루였던 집마저 팔고 현재는 일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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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25ㆍ가명)씨 : 비정규직 방송사 막내작가. 평일 밤샘 근무는 기본. 휴일보장도 제대로 안 되는데 월급은 1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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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40ㆍ가명)씨 : 요양보호사. 야근 120시간 포함 한달 240여 시간 일하고 월급은 160만원. “병가 내면 월급 줄어, 골반 뼈 깨져도 병가는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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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30ㆍ가명)씨 : 삼성전자 LCD 공장서 4년 근무. 과도한 업무로 말기 신부전 얻어. 8년째 투병하며 생계 막막하지만 산재 인정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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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식(53)씨 : 중견기업 실장으로 근무하다 2008년 금융위기 후 퇴직. 5~6년간 기간제 전전. “장년층이 안정적인 제2의 일자리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임금평등으로 가는 첫걸음

전문가들은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기본적인 생계도 꾸려나가기 버거운 수준에 머물고 있는 최저 임금을 현실화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별을 없애 ‘같은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최저임금 현실화를 통한 저임금 노동시장 축소가 곧 복지정책이다” ? 전병유 한신대 교수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야 임금 격차가 해소되고 소득분배구조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차별 철폐

“국내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김재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성별과 연령에 의한 임금차별은 법으로 규정해 시정하도록 한 것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해 원ㆍ하청 간 과도한 차별에 대해 시정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

최저임금 현실화와 노동시장의 차별 철폐는 매번 언급되지만 해결되기 힘든 숙제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버린다면 개선은커녕 현상유지도 힘들 것이다.

꾸준히 목소리를 낸 보람도 있다. 4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공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제를 보장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생활임금제란 실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이나 조례로 규정한 제도다.

성북구청 청소노동자 박용범(61)씨는 2009년 일을 시작할 당시 92만원이었던 월급이 2013년 생활임금을 적용 받으면서 127만3,000원으로 올랐다. 박씨의 동료인 김이월(59ㆍ가명)씨는 “예전엔 경조사 소식을 들으면 두려웠지만, 요샌 3만원씩 꼬박꼬박 낸다”며 “장 볼 때도 반찬거리 하나라도 더 사게 된다”고 말했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연구 보고서에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의 소비성향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한다”며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에선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명제보다는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케인스 명제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윤주 김경준 김혜영 변태섭 손현성 양진하기자

디자인=한규민 디자이너 szeehgm@hk.co.kr

프로그래밍=김태식 프로그래머 ddasik9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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