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SNS)사람 인터뷰] (14) 뷰티 엔터테이너 씬님

‘눈(SNS)사람’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형식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페이스북ㆍ트위터ㆍ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소셜 스타’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합니다. / 편집자

동명 김훈 소설을 각색한 최근 개봉 영화 제목 ‘화장’은 중의적이다. 화장(化粧)에 충만했던 삶의 느낌은 화장(火葬)과 함께 가뭇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먼 화장장에서만 생사(生死)가 엇갈리는 것도 아니다. 가까이 화장에 살고 화장에 죽는 주변 여성들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정작 ‘뷰티 구루(스승)’가 설파하는 진리는 목숨 걸지 말고 ‘화장을 즐겨라’다. 13일 서울 서교동 CJ E&M ‘크리에이터 그룹’ 전용 스튜디오에서 만난, 회갈색 숏컷 헤어 스타일에 훤칠한 키를 더 커 보이게 만드는 위아래 검은 옷 차림의 그는 잘생긴 미청년 같았다. 지난해 가장 많이 성장한 국내 유튜브 뷰티 채널 운영자 씬님(25ㆍ본명 박수혜)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직함으로 유명한 그한텐 사실 메이크업 자격증조차 없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뷰티 엔터테이너’인 그에게. 즐거움의 수원지 중 하나는 변신이고 화장은 다른 자아를 찾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는 영리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놀이처럼 좋아서 화장하고 영상물도 만들지만 절충의 달인은 욕망만 채우려 이익을 포기하진 않는다.

바야흐로 인터넷 1인 방송 시대다.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선 개인 창작자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독자 수가 40만명에 육박하는 씬님은 저들 중에서도 반짝거리는 샛별이다. CJ 같은 대기업이 지난해 11월 홍익대 근처에 스튜디오를 연 것도 앞으로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이들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류 주역이 바뀔지도 모른다.

봄비가 오락가락하던 13일 서울 서교동 CJ E&M ‘크리에이터 그룹’ 스튜디오에서 만난 씬님은 자기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기보단 뷰티 엔터테이너”라고 소개했다. 즐길 수 있단 점에서 뷰티는 엔터테인먼트고 뷰티를 활용한 콘텐츠로 돈을 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1 Behind the SSIN

Q 최근까지 해외에 머문 걸로 안다. 출장 목적인가. 요즘 어떻게 지내나. 근황이 궁금하다.

A 미국에 다녀왔다. 50%는 여행, 나머지 50%는 화장품 관련 영상 촬영이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비중이 커졌다. 뉴욕, 댈러스, 로스앤젤레스에서 팬 미팅 하고 현지 크리에이터(창작자)들과 만나 콜라보레이션(협업)도 했다. (화장품전문매장) ‘세포라’, ‘얼타’를 찾아 쇼핑하는 것도 찍었다. 용량이 200GB(기가바이트)다. 편집에만 한 달 걸릴 듯하다.

Q 애초 코스프레 화장으로 유명한 블로거였다. 이후 동영상 창작에 나섰고. 계기들이 있나.

A 스무 살 때부터 (일본 만화 캐릭터처럼 분장하는) 코스프레를 좋아했고 5년여 동안 사진과 글로 된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려 노하우를 공유했다. 취미였다. 유튜브는 작년 초 시작했다. 방송 출연이 계기였는데 촬영과 편집, 연출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 동영상이 사진보다 더 쉽단 반응도 많았다. 처음엔 스탠드 조명 세우고 책에 올려 둔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Q 씬님이란 닉네임의 뜻은 뭔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유튜버로 불리는데 마음에 드나.

A 이름엔 별 의미 없다. S란 스펠링을 좋아한다. 일본 만화 캐릭터 신이치 같은 느낌을 주려고 씬이라 지었는데 사람들이 씬님으로 부르더라. 어감이 좋아 님자까지 아예 붙인 거다. 절 제대로 부르려면 씬님님이라 해야 한다(웃음). 가장 적절한 직함은 뷰티 엔터테이너 같다. 뷰티 자체가 아니라 그걸 활용해 만든 콘텐츠로 돈을 벌고 직접 연기도 하기 때문이다.

컨투어링(얼굴 윤곽) 화장에선 뼈의 생김새를 감안해야 한다. “튀어나온 부분은 밝게, 드러내기 싫은 부분은 어둡게 처리하라”는 게 씬님의 조언이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2 즐겨라, SSIN나게

Q 지금은 뷰티 엔터테인먼트란 분야의 개척자지만 활동 초창기엔 롤모델이 있었을 것 같다.

A 처음부터 누군갈 목표 삼아 달린 건 아니다. 미셸 판(미국 출신 비디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워낙 유명해 아는 정도였다. 롤모델을 찾기 시작한 건 반년쯤 지나고 유튜브 활동이 깊어지면서다. 사업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그가 자기 채널을 어떤 전략으로 키우고 스폰서를 어떻게 유치하는지 등에 눈길이 갔다.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요즘엔 참고를 많이 한다.

Q 미셸 판은 화장품 브랜드 랑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체와 손잡는 것도 사업 전략이다.

A 특정 브랜드 파트너가 되면 결국 나오는 게 그 브랜드만을 위한 광고성 콘텐츠뿐일 거다. 제조업체완 파트너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다. 대신 유통이나 마케팅은 업체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CJ E&M과 제휴하고 있는데 ‘KCON’이나 ‘MAMA’ 같은 업체 주최 대규모 행사나 보유 채널은 창작자로선 좋은 기회다. 제작 공간을 빌릴 수 있고 자막 작업 지원도 받는다.

Q 화장은 여성의 생존술일 뿐인가. 다른 의미는 없을까. 화장 노하우 좀 알려달라. 핵심만.

A 우울한 사람을 행복하게 바꾸거나 어눌한 사람을 프로페셔널로 보이도록 하는 게 화장의 힘이다. 다른 자기 이미지를 찾는 것도 화장으로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화장을 즐길 수도 있단 점이다. 엔터테인먼트다. 신상(품), 추천(아이)템, 유행, 친구 파우치엔 뭐가 들어있을까, 구매 후기, 나아가 헤어, 네일, 다이어트, 이너뷰티(피부 속 건강), 헬스 등도 볼거리ㆍ즐길거리다. 가장 좋아하는 화장은 컨투어링(얼굴 윤곽) 파트인데 여기선 뼈의 생김새가 중요하다. 뼈가 만져지는 부분은 하이라이팅, 없애고 싶으면 쉐이딩한다 생각하면 된다.

자기 동영상에서 씬님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재미다. 지루하지 않아야 끝까지 보게 된다고 그는 믿는다. “뷰티 채널 이전에 씬님 채널인 만큼 내가 원하는 영상을 올릴 생각이에요.” 김주영 기자 will@hk.co.kr

#3 Behind the Scene

Q 씬님 동영상 특징은 뭔가. 인기 비결을 꼽으면. 재미ㆍ정보 중 뭐가 더 중요한 요소인가.

A 내 개그 평가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웬만하면 안 웃는다. 늘 날 웃길 수 있게 동영상을 만든다. 지루하지 않게, 늘어지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다. 인기 끄는 건 뷰티란 페미닌한(여성스럽고 우아한) 장르에 욕설이나 미친 짓, 개그가 섞이면서 어디서도 못 본 콘텐츠가 됐기 때문 아닐까. 뷰티 채널이 아니라 씬님 채널이다. 내가 원하는 영상을 올릴 생각이다. 하지만 화장법이나 노하우가 필요하단 구독자들 피드백도 무시할 순 없다. 반반이다.

Q 제작 방법을 궁금해들 할 것 같다. 누가 돕는지, 무슨 장비 쓰는지. 참조하는 영상 있나.

A 처음엔 자동초점 기능도 없는 카메라로 혼자 다 했다.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1만5,000원짜리 리모컨을 샀고 더러 동생 도움도 받았다. 지금은 매니저가 봐준다. 카메라 밖으로 나갔는지 스스로 알긴 어렵다. 카메라는 번들 렌즈 낀 (캐논 EOS) 70D를 쓰고 있는데 초점이 자동으로 맞춰지는 게 좋다. 개그나 엔터테인먼트 분야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고 참고한다. 영국남자, 쿠쿠크루, 데이브 등의 동영상은 끝까지 다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신기하다.

Q 광고ㆍ협찬을 유치하면 아무래도 영상에서 상업성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입장인가.

A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스폰서 없인 영상을 꾸준히 제공할 수 없다. 구독자, 광고주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광고 수주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저 돈 벌어 다른 걸 보여주겠지’ 생각했으면 한다. 날 좌지우지 하려는 광고주들이 많은데 받아줄 생각 없다. 광고 영상일수록 더 공들여 만든다. 광고인 줄 알아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목표다.

Q 수입이 적잖을 것 같다. 얼마나 되나.

A 적자는 아니다(웃음). 이 일 하면서 돈을 얼마까지 벌 수 있을진 모르겠다. 나보다 앞서 간 사람들이 한 달에 몇천만원 번다고 하는데 열심히 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듯하다.

뷰티가 자기 전문 분야긴 해도 자신은 예쁜 척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홍보 모델처럼 정색하기보다 친구처럼 친근하게 이야기해야 신뢰감이 더 커진단 게 그의 소신이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4 오, 나의 여SSIN님

뷰티 분야로 분류되긴 하지만 유튜브 씬님 채널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대표 콘텐츠인 화장 관련 영상물만 해도 주제가 다양하다. 애니메이션영화 ‘겨울왕국’ 주인공인 엘사나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등 유명한 캐릭터로 분장하는 ‘변신 메이크업’ 외에 지인들이 갖고 있는 화장품을 소개하는 ‘니년의 파우치를 열어라’, 여러 브랜드 제품을 비교하는 ‘갑 오브 갑’ 등 인기가 폭발적인 정보 제공형 시리즈 콘텐츠가 상당수다.

더 흥미로운 건 ‘병맛(맥락 없이 엉뚱한)’ 영상이다. 씬님의 일상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체 약 300편 가운데 20여편뿐인데도 배신감과 위화감 탓인지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돼지 껍데기의 젖꼭지 부위를 잘라먹는 장면이나 씬님 또래 젊은이들이 아무렇잖게 주고받는 비속어들은 역시 비슷한 20대이거나 더 어린 10대일 시청자들에게서 친근감을 일으킨다.

Q 아름다운 뷰티 소재를 털털한 직설화법으로 소개한다. 드문 소통 방식이다. 의도한 건가.

A 원래 그런 성격이다. 예쁜 척 못한다. 정색하고 ‘이 제품은 뭐가 들어있어 너무 좋아요’ 하는 것보다 평소 친구가 말하듯 친근하게 ‘이거 개(정말) 좋아, 짱이야, 그냥 사’ 하는 걸 사람들이 더 재미있어하고 믿는 것 같다. 진짜 마음을 담아야 그렇게 말할 수 있으니까.

Q 팬만큼 안티 팬도 많을 것 같다. 악성 댓글도 있을 테고. 얼마나 의식하나. 관리도 하나.

A 댓글 빠짐없이 다 읽는다. 하지만 답글은 안 단다. ‘짱이에요, 역시 씬님이에요’ 같은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 비관적이거나 제 생각과 반대인 댓글도 참고는 한다. ‘이런 사람들도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겠구나’ 생각도 한다. 이상한 개그 올리지 말란 사람은 뷰티 수요자다. 팬들 덕에 내가 스폰(후원)을 받을 수 있으니 무시할 수 없다.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요.” 뷰티 전반을 섭렵하고 다른 장르에 진출하는 게 씬님 목표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5 화장의 神, SSIN님

Q 앞으로 뭐 하고 싶나. 창작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A 모두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속 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뷰티는 여기까지야’란 인식이 벽이라면 그걸 넘고 싶다. 다이어트, 네일, 헤어 등 뷰티 전반을 개척한 뒤엔 고양이 같이 다른 장르에도 진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프로듀서가 돼 기획ㆍ제작 해볼 생각도 있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려 인재 발굴하는 일도 하고 싶다. 지금은 채널 하나 운영하기도 벅차긴 하다. 재미있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길이 보이잖을까.

Q 한류를 K팝이 이끌고 있는데 메이크업 분야엔 한류 없나. 글로벌 뷰티 콘텐츠 안 만드나.

A 한국 뷰티도 인기가 많다. 아시아 뷰티 분야를 잡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KCON 참석차 미국에 갔을 때 동양인, 특히 한국인처럼 화장하고 싶어하는 서양인이 많단 사실을 알았다. 아직 폐쇄적인 중국의 경우 콘텐츠 유통에 한계가 있는데 그 벽만 없어지면 빵 터질 수 있다. 일단 영어 자막은 단다. 한국 브랜드를 타국에 소개하는 가이드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Q 라이벌이 있나.

A 뷰티 분야엔 없다. 영국남자, 데이브, 쿠쿠크루 같은 이상한 존재들이 라이벌이다(웃음). 개그도 포함되는데 보는 순간 즐거운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듯하다.

Q 협업에 적극적인 것 같다. 게임 분야 최고 인기 유튜버인 양띵과 함께 작업한 적도 있다.

A 비디오 찍는 사람들끼리 그냥 같이 노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장점이 크다. 일단 구독자를 공유할 수 있다. 다른 맛이 섞일 때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콜라보(협업) 만한 게 없다. 창작자에겐 다른 창작자와의 콜라보가 성장 기회가 되기도 한다.

Q 성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A 관심만 있으면 예뻐질 수 있다. 여러 화장품 테스트 해보고 연습ㆍ공부 많이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사람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 그러니까 씬님 많이 보시고 웃으세요(웃음).

한국일보 독자들을 위해 씬님이 좋은 ‘블러셔’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촬영한 동영상은 유튜브의 ‘플레이 한국’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만든 사람들

기획 및 글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김지현 기자 hyun1620@hk.co.kr

사진

김주영 기자 will@hk.co.kr

디자인

백종호 jongho@hk.co.kr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99@hk.co.kr

영상 제작

김태환 PD joki8@hk.co.kr

속기 및 보조

박은진 인턴기자(경희대 경영학과 3)

김연수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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