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프로야구 팀 한화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일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게임이 야구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글스는 꼴찌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팀 컬러’가 완전히 달라졌다. 쉽게 질 것 같지 않은, 무엇보다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팀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이 의지는 현재 공동 4위인 12승 10패를 기록하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선호는 뚜렷하다. 어떤 이들은 선수들을 혹사시킨다고 비판하고, 다른 이들은 그의 별명인 ‘야신(野神)’에서 알 수 있듯 탁월한 게임 운영을 보여준다고 옹호한다. 야구계 내부의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야구에 관한 그의 리더십이 탁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속 팀을 달리하는, 우리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인 이승엽과 김광현이 김 감독을 무척 존경하는 것이 그 증거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들인 조범현 감독, 양상문 감독, 김기태 감독은 프로야구를 이끄는 리더들이다.

사회학 연구자로 김 감독을 주목해온 까닭은 그의 리더십에 있다. 세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첫째는 그의 열정이다. 그는 올해 일흔 셋이다. 1984년 OB베어스에서 첫 감독을 맡았으니 감독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펑고를 직접 쳐줄 정도로 열정적이다. 공 하나에 두 번째가 없다는 ‘일구이무(一球二無)’는 그의 좌우명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의 속설을 스스로의 삶으로 입증할 정도로 김 감독의 야구 열정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둘째는 그의 책임감이다. 감독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 감독은 전력이 약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SK와이번스를 맡은 후에는 한국시리즈를 세 번 제패할 정도로 팀을 우승시키는 방법을 그는 알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김 감독은 이글스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셋째는 그의 냉정함이다. 야구 감독은 그라운드의 지배자다. 투수 교체, 타선 조정, 상황에 따른 작전 구사까지 게임을 크게, 그리고 미세하게 운영해야 하는 것은 감독이라면 갖춰야 할 자질이다.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야구계의 격언에서 볼 수 있듯 승리를 위해선 비정할 정도의 냉정한 지략이 요구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박수를 치고 크게 웃는 등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지만, 김 감독의 냉철한 작전 구사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이런 열정, 책임감, 냉정함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가가 가져야 할 리더십의 덕목으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다. 정치와 야구는 적잖이 닮아 있다. 일종의 게임이라는 속성이 그러하고,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냉정함이 균형감각의 하나라면, 김 감독은 베버가 말한 리더십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김 김독에게 일방적으로 찬사를 보내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우리 정치사회가 김 감독으로부터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감독에 따라 팀의 성적이 달라지듯, 정치적 리더십에 따라 국민 삶의 질과 이른바 ‘국격’이 달라진다. 과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두루 갖춘 정치 리더가 얼마나 있을까.

지난 주 수요일 LG트윈스와의 게임에서 마무리투수 권혁이 위기에 빠지자 김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가 권 선수의 볼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힘을 불어넣어줬다. 일흔을 넘긴 노감독의 미안하다는 표정에 선수는 괜찮다는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최선을 다해 보자는 열정과 책임감은 새삼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다시 한 번 말하면, 우리 정치는 김 감독의 리더십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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