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긍정평가 지지율 40% 회복

사드 배치 문제로 중대 시험대 올라

중국이든 미국이든 설득시킬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아라비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10%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그 사이 일어난 일은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과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다. 전자는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냈고, 후자는 대통령이 먼 곳에서 국익을 위해 애쓴 점이 좋게 비쳐진 것으로 보인다. 두 요인의 공통점은 외교안보 사안이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박 대통령 평가는 후한 편이다. 인사나 경제 등 내치에서 별 성과가 없는데도 이 정도나마 지지는 외교안보의 긍정평가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과대 평가됐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북한과는 제대로 대화한 적이 없다. 돈 퍼주고도 뺨 맞는 불공정거래에 염증이 난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줬을지는 몰라도 긴장 불안은 끊이지 않는다. 북한이 무릎 꿇고 들어올 때까지 손 놓고 있는 게 대북전략의 전부라면 그보다 쉬운 일은 없다.

일본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과거사 반성 없이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의 행태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분노만 쏟아냈지 미국 등의 동조를 얻는 외교적 노력은 미흡했다.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우리정부 비판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대립국가와 관계개선 노력 없이 종주먹만 대는 게 외교안보의 성공적 수행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안보 시험대에 올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ㆍ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 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공론화를 들고 나온 경솔함을 탓하기 앞서 이제 더 이상 묻어만 두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중 고위관리가 줄지어 찾아오는 등 양국 압박이 노골화하고 있다.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노(NO)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

사드는 우리가 아닌, 미국의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들의 북핵 공포가 우리보다 클 수는 없다.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시 목적을 배제하고는 설명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미국은 줄곧 사드 배치를 요구해왔지만 우리측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사드는 실전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무기다. 20여 년 개발을 거쳐 재작년에야 텍사스와 괌에 3개 포대가 배치됐다. 당연히 요격률도 검증되지 않았다. 설령 사드가 배치됐다 해도 100기에 달하는 북한의 이동식발사대에서 쏘아대는 1,000개의 탄도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하다. 사드가 들어오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핵심으로 한 우리의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도 물 건너간다.

사드 배치로 초래될 동북아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인류의 전쟁사는 창과 방패의 끝없는 대결이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투자를 늘려 탄도미사일 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 역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게 뻔하고 러시아와 일본 역시 미국과 중국에 대응해 군비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드로 중국의 안보이익이 위협당하면 중국은 우리 경제이익을 위협할 개연성이 짙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미일을 합친 것보다 많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본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드 배치가 이런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도 남을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만약 득실을 면밀히 계산해 사드 배치가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전제는 외교안보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적어도 중국이 2000년 마늘파동 같은 경제보복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시작일 뿐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비롯해 ‘G2’패권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숱하게 부딪치게 될 전략적 딜레마의 시금석이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진짜 외교실력을 보여야 할 순간에 직면해있다.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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