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루드 이어 하트라 유적지도 파괴

유물 트럭에 실려 가는 장면 목격

값 나가는 문화재 암시장에 거래

대원들 월급ㆍ무기 지급하는 데 사용

IS에 의해 파괴되기 전인 2005년 7월 고대도시 하트라의 유적. 바그다드=AP 연합뉴스

과격 이슬람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고대 유적과 유물을 잇따라 파괴하면서 국제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IS는 이슬람원리주의에 따른 우상 파괴를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유물 밀거래를 통한 자금확보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 하트라와 님루드 등 고대도시 잇따라 파괴

이라크 정부관계자는 7일 “IS가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남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지점에 있는 고대도시 하트라를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약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 하트라는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요새이자 최초의 아랍왕국 수도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IS 전투원들은 폭발물과 불도저를 이용해 하트라 내 고대 건물과 조각들을 부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S는 지난 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의 유적도 군용차량을 동원해 파괴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이라크 모술 박물관과 도서관에 전시된 고대 석상과 서적 등을 훼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IS의 문화재 파괴 행위를 속수무책 쳐다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IS가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유적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손을 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로 고대 유적과 문물들이 상당히 많이 분포해 있어 국제사회가 IS의 유적지 파괴 행위를 방관할 경우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라크 유물 관리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미지근한 대응이 IS의 유적지 파괴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IS는 또 다른 고대 유적지를 파괴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IS의 유적지 파괴 속내는 유물 밀거래 통한 자금확보

IS는 고대 유적지를 파괴하는 표면적 이유로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른 우상숭배 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고대 조각품과 그림 등이 유일신을 섬기는 이슬람 가치를 훼손하고 모욕하고 있다는 것이다. IS가 지난달 26일 이라크 모술 박물관에 있던 조각품들을 망치로 부수는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것도 이 같은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동시에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자신들의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리아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압둘아지즈 오스만 알트와이즈리 이슬람교육과학문화기구(ISESCO) 대표는 공동성명에서 “(IS의 유적 파괴는) 아랍권 주민들의 역사와 유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IS의 유적지 파괴의 진짜 속내는 사실상 유물 밀거래를 통한 부족한 자금 확보에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IS 전투원들이 지난 5일부터 하트라와 님루드 등의 유적 파괴 현장에서 유물을 트럭에 실어 가져가는 장면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유물을 부수는 척하면서 값어치가 나가는 문화재들은 대량으로 빼돌려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고고학 연구자인 주나이드 아메르 하비브는 “IS가 약탈한 유적들은 IS의 부족한 현금을 채우기 위한 주요한 재원”이라며 “이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대원들에게 무기와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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