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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선거 끝난 뒤 비타협적으로 변해… 세월호 진상규명도 결국 민주주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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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선거 끝난 뒤 비타협적으로 변해… 세월호 진상규명도 결국 민주주의 문제"

입력
2015.03.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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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태 책임서 이탈 선택

"나도 조사하라" 나섰다면 진상규명·국가개조 용이했을 것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교사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해 5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명림 교수는 참사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대통령 요인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교사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해 5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명림 교수는 참사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대통령 요인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월호 사태에 대처하는 국면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해 정치파행을 방치했으며, 언론은 무능하고 권력편향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역사비평’이 2015년 봄호에 게재한 3건의 논문은, 우리나라 여러 문제의 밑바닥을 보여준 세월호 참사 1주년(4월 16일)을 앞두고 나온 학계의 진단이다.

8일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정치학)는 논문 ‘세월호 정치의 표층과 심부’에서 “대통령이 사태해결 당사자로서 훗날 긴급위기에 대비한 국가와 대통령의 행동준칙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나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나섰다면 진상규명과 국가개혁은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은 사태책임으로부터의 이탈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평가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구조를 전제한다. 구조실패 이후 대통령과 청와대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최초 상황판단 등 모든 단계를 규명하는데 필수적이었지만 입법과정에서 대립의 핵심이 ‘친(親)박근혜냐 반(反)박근혜냐’로 수렴돼 사태본질을 희석시켰다는 진단이다. 박 교수는 “세월호 정치가 드러낸 파행은 대통령 요인 때문이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가의 정점, 중간단계, 지휘현장에서 한 사람도 공적 책임의식을 갖고 즉각적 생명구조를 판단ㆍ결단ㆍ결행하지 않은 국가실종상태는 국가기구 내의 탈인간화된 감정정지 상태, 기계적 관료장치, 판단마비 상황을 전면적으로 폭로했다”고 지적했다. 선박침몰과 구조실패라는 사태 겉면의 심부(深部)에 “관료화ㆍ기계화ㆍ부품화가 초래한 인간 판단능력과 책임의식의 심각한 증발”과 “책임윤리 박탈이 미만한 죽은 국가”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또 논문은 국민적 분노에도 불구하고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여당이 선전한 이후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에 대한 여당 입장은 더욱 비타협적으로 바뀌었다”며 “결국 자유 평등뿐만 아니라 생명구출, 진상규명과 같은 사안도 실은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안전국가 건설을 위한 유족들의 투쟁은 외려 감사한 것이자 나날의 생업에 빠져 전체와 공공을 외면한 우리를 위한 대리행위”라며 “세월호 사태가 예외도 특수도 아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구조판독의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한국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월호 보도 참사와 근본 원인’이라는 논문에서 ‘참사’로 평가되는 문제적 세월호 보도와 이를 야기한 언론구조를 드러냈다. ‘전원구조’오보는 대표적 받아쓰기 보도다. 김 교수는 신속성에 목맨 저널리즘 가치의 변질과 ‘정부제공 정보에 대한 낙관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는 “전원구조 오보 이전부터 (언론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보제공에 의거해 구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보냈다”며 “오보가 단순히 신속성 매몰의 결과가 아니라 언론이 정부의 자기방어적 정보를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자세를 갖추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련 오보가 대부분 정부에 불리하지 않은 정보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논문은 또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과 구원파를 참사의 유일한 원인제공자처럼 묘사하거나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논란을 김 전 실장 경질 후에야 보도한 행태 등을 짚어낸다.

김 교수는 “논란은 덮고 해명만 전달함으로써 (언론이) 정부 경호견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다. 재난보도 실패 원인이 비단 상업성이나 ‘현장성’명분을 앞세운 선정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언론현실”, “권력에 취약한 구조 혹은 권력과 유착하는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다.

친권력 성향 언론 득세 배경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지목됐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공공기구가 언론사 경영진을 교체ㆍ통제하고, 이후 비판적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는 가운데 정치편향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특혜 속에 등장한 보수신문의 종합편성 채널 방송도 한몫 했다.

그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언론장악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 ▦퇴출 언론인 원상회복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대통령 지명권 삭제 ▦공영미디어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방식 개선 등을 제안했다.

한편 ‘4?16 이후 안산 지역의 촛불행동’논문을 게재한 정원옥 박사(문화연구학)는 경기 안산시에서 계속돼 온 진상규명 요구가 봉착한 아포리아(aporiaㆍ막다른 길)를 ▦연대 부족 ▦유족폄하 및 혐오발언 ▦(제3자들의) 피로감호소 등으로 보고 “이웃과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안산 지역사회의 요청”이라고 호소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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