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내년 9월 시행

시한 쫓겨 위헌 소지 안고 처리, 공직자 가족 축소해 法취지 훼손, 19대 국회의원 적용 안해 '꼼수'

유예기간 중 각계 반발 분출 땐, 핵심 조항들 개정 대상 삼을 수도

여야는 2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제정안 가운데 위헌 소지가 있는 일부 쟁점조항에 대한 협상을 최종 타결지었다. 국회는 여야의 합의에 따라 3일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을 빚어온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공직자를 포함해 언론인·사립교원까지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시 처벌이 가능해져 공직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위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직사회의 일대 변혁을 선도할 법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처리시한에 쫓겨 일부 위헌 및 논란의 소지를 남긴데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까지 둠으로써 실제 적용 과정에선 ‘누더기법’으로 전락할 우려도 적지 않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스폰서 검사’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취지의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지 929일만에 법제화됐다. 반대표를 던진 4명은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ㆍ김용남ㆍ김종훈ㆍ안홍준 의원이었다.

김영란법은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및 사립학교ㆍ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 등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ㆍ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제정된 김영란법에 대해 당초의 입법취지가 적잖이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직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만 한정함으로써 직계존비속을 비롯한 공직자 친인척 대상의 광범위한 로비에 여야 정치권이 눈을 감은 게 대표적이다. 반대로 배우자 신고 조항이 가족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여야 정치권은 무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고 처벌규정 또한 구체적이지 않고 대상이 넓어 사법부의 재량 범위만 확대시킬 뿐 현실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애초부터 제기됐던 위헌논란도 여전하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에만 급급해 그간의 위헌시비를 거의 해소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특혜성 정치자금도 처벌대상에 포함시키고 마찬가지로 공공성이 요구되는 의사나 변호사도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비판론에도 여야 정치권은 손을 놓았다. 특히 여야가 유예 기간을 1년 6개월간 두면서 법 발효 시기를 19대 국회가 종료된 2016년 9월로 정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효성 논란은 여론의 압박에 굴복한 여야의 졸속 합의에서 기인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일단 통과시키고 나중에 고치자”는 속내가 다분했다. 이에 따라 입법을 서둘러 매듭짓는 과정에서 제기된 위헌 시비와 실효성 논란은 향후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빌미로 김영란법의 핵심조항들까지 개정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1년 6개월 간의 법 유예 기간 동안 각계에서 불만과 반발이 분출할 경우 김영란법이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논란거리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 동안 김영란법이 얼마나 누더기가 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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