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여의도 밀! 당!]

지난주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손을 잡았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을 보고 고사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 와 ‘이이제이(以夷制夷)’ 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오월동주는 서로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이제이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뜻으로, 어떤 적을 이용하여 다른 적을 없앤다는 말입니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2013년 5월 전격 합당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만들고 당 대표에 올랐던 안 의원은 지난해 7ㆍ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선거 다음날인 31일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했습니다. 두 사람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의원도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비대위원장 영입 시도 등으로 당 안팎의 비난에 맞닥뜨렸고, ‘탈당설’ ‘분당 논란’ 등으로 당을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책임을 지고 10월 2일 물러났습니다.

그런 두 사람 모두 해가 바뀌고 조심스레 재기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는데, ‘경제’를 공통 분모로 삼았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두 사람은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을 주제로 공동 좌담회를 열었고 사이 좋게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안 의원은 “한국의 시장경제가 좀 더 치열히 경쟁하고 좀 더 공정히 경쟁해야 성장할 수 있고 분배도 해결된다”며 대기업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과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수없이 냈지만 지금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들을 경제활성화로 포장해 거짓 선전 중”이라고 비판하며 소액주주들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서 경제라면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박 의원은 최근 횡령 혹은 배임으로 인해 범죄자 본인이나 제3자가 취득한 재물이 50억원이 넘을 때 국가가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하고 환수한 재산은 범죄피해자구제기금으로 편입돼 피해자를 돕는데 쓰도록 하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처음 들어와서도 금산분리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초반부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구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박영선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안철수가 말하는 경제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좌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표적 IT(정보통신) 기업 안철수연구소를 직접 경영한 안 의원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 참석했고, 설 연휴에는 독일을 찾아 막스플랑크 혁신 경쟁 연구소 등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육성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얼마 전 안 의원을 독대한 한 당내 인사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하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치에 무작정 뛰어들었다는 말을 했다”며 “앞으로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경제와 교육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날 행사는 1월 점심을 함께하며 안 의원이 공동 좌담회를 제안하고, 박 의원이 받아들여서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박 의원은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경제 관련 일을 같이 해보자고 했지만 당이 달라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도 같아지고 해서 이제는 때가 됐다 싶어서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말을 들으니 뭔가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안 의원과 박 의원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만 해도 사이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의원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진두 진휘 했는데요. 알려졌다시피 문 후보로 단일화는 됐지만 양측의 협상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박 의원은 안 후보 측과 때로는 설전을, 때로는 진실공방을 벌이며 날을 세웠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손을 잡았으니 정치권에서는 ‘공정한 시장 경제 살리기’라는 목표 말고도 분명 뭐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들이 곁들여 지고 있는데요. ‘물론’ 두 사람 모두 세를 모으려 한다는 지 하는 정치적 해석은 삼가 달라 했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김한길 전 대표의 존재가 새삼 눈에 띄었습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문재인 대표를 앞세운 친노무현 계를 빼고는 가장 큰 세력이 김한길 계라 할 수 있는데요. 김 의원도 친노계를 견제하며 당을 장악하다 안 의원과 함께 지난해 7월 사퇴했고, 문재인 대표 등장으로 힘이 많이 빠졌지만 그 존재감은 여전합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 의원은 “많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두 전 대표가 자리를 마련해 참 기쁘고 한편으로는 질투도 난다”고 의미 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는데요. 비록 안철수-박영선 두 사람 사이는 어색했을 때에도 김 의원은 두 사람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은 새정치연합을 만들고 공동 대표를 맡으며 호흡을 맞춰왔고, 김 의원이 17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며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시 비례대표였던 박 의원이 서울 구로을에 전략 공천되며 지역구를 넘겨 받았습니다.

안철수-박영선 두 사람 모두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당 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내 자신의 세력이나 우호 세력이 없는 것이 약점으로 꼽히는데요. 그런 두 사람 입장에서는 친노계의 틈 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며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김한길 의원의 팔짱을 끼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일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대선에서 재도전하려는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더더욱 당내 세력이 절실하겠죠. 물론 김 의원으로서도 안철수-박영선 두 사람을 가까이 두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테니 나쁠 게 없겠죠.

당분간 안철수-박영선 ‘경제 파트너’ 로서 두 사람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아울러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책을 집중 부각하며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경제 정당을 표방한 문재인 대표와 이들 두 사람이 경제 이슈를 놓고 어떤 경쟁을 펼칠 지도 주목됩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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