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덴마' 단행본 낸 양영순

'아색기가' 등 성적 풍자로 인기, SF 웹툰으로 제2 전성시대

"지각 연재로 악성 댓글도 많아, 중심 잡고 나가는 자세가 중요"

만화가 양영순은 '덴마'를 통해 "선과 악의 구분도 애매하고 자기 이익에 약삭빠른, 부지런한 쪽이 승리할 뿐"인 세계를 그린다. 그래서 이따금씩 보이는 선한 인물의 성공이 더 부각된다. 김주빈 인턴기자(서강대 중국문화과 4)

만화가 양영순이 2010년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덴마’가 마침내 단행본으로 팬들을 만난다. ‘덴마’는 양영순이 2004년 웹툰 ‘1001’ 이후 오랜만에 연재하는 장편극으로 주인공인 초능력자 덴마와 그가 일하는 우주택배회사 실버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SF 만화다. 네오북스를 통해 출간된 1~3권은 네이버에 연재된 715화 중 157화 ‘마리오네트’편까지 담았다.

성인만화 잡지에서 데뷔한 양영순은 일찌감치 웹툰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2004년 출판사와 계약해 두었던 장편 ‘1001’을 온라인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러면서 ‘누들누드’(1995) ‘아색기가’(2000) 등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올린 성적 풍자를 버리고, 종교와 역사라는 소재와 SF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무료로 뿌려지는 온라인 만화가 등장하면서 출판 만화 작가들은 연재 기회가 줄고 고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힘든 상황이었다”며 “일간스포츠가 만화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일찌감치 온라인 연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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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의 초능력자 주인공 덴마.

이렇게 웹툰에 안착한 그에게 웹툰이란 기회의 시대이자 소통의 장이다. “과거 출판 만화 시절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었어요. 스승이 문하생을 이끌어줘야만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그림 그릴 능력과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작가로 데뷔할 수 있지요. 작가들 사이의 지위도 평등해졌습니다.”

하지만 기회의 바다가 안겨준 대중성이 양영순은 또 불만이다. 그는 “현재 만화가들은 1990년대보다 표현의 제약을 더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 “웹툰이 대중화되면서 보는 눈이 늘어났어요. 일부 팬들만 즐기는 하위문화에서 기반이 크게 확대됐죠. 그런데도 만화는 어린이나 청소년들만 보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건재합니다. 포털이 성인지향 작품을 게재하면 19금 딱지를 붙여도 항의가 많이 들어오니까요.” 대중적 기반을 얻었지만 성적 농담 등 출판 만화의 풍자가 꺾이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는 것은 양영순이 처한 딜레마가 아닐까.

“댓글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웹툰의 장점”이라면서 악성 댓글에는 에둘러 불만을 드러내는 것 역시 또 다른 딜레마처럼 보인다. 그는 연재가 늦고 휴재가 잦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잡지에서 연재한 ‘철견무적’과 웹툰 ‘라미레코드’는 연재를 중단했고 결국 ‘덴마’에 일부 설정과 등장인물을 재활용했다. ‘덴마’도 지난해 8월 이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악성 댓글도 많이 받는다. 그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니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지만 “작가는 연재 중 팬들의 반응에 민감해지기보다 자신의 중심을 잡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영순의 현재는 ‘덴마’에서 엿볼 수 있다. 주인공 덴마는 초능력자이면서도 자신을 노예처럼 부리는 실버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자기 욕망을 위해 싸우지만 결국 운명의 흐름에 휩쓸리곤 한다. 양영순은 “(만화에서 드러난)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거대한 세력과 음모는 살아오면서 나의 운명을 움직이는 거대한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공포의 투영”이라고 했다. 양영순이 자신의 장기였던 성적 농담을 버리고 1970년대 일본 만화가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바벨 2세’나 ‘마즈’의 영향을 받은 SF 만화를 그리며 웹툰 세계에 적응해가는 것이 그가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식인지 모른다.

‘덴마’는 네이버 대표 웹툰 ‘마음의 소리’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소수의 열정적인 팬덤 ‘덴경대’가 따른다. 그는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상반기 중 연재를 재개하겠다”며 “(만화의 배경인) 제8우주 속 캐릭터들이 나를 부르는 한 연재는 계속된다”고 다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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