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거듭 사과를 하며 자세를 낮췄다. 부족함을 통감하고 통렬히 반성한다고 했다. 특히 언론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는 “언론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깊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도 했다. 하지만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는 어느 것 하나 딱 부러진 답변이나 해명을 하지 못한 채 죄송, 부주의, 불찰, 잘못, 실수 등의 단어로 추궁을 비껴갔다. 하루 더 일정이 남아있으나 그가 이날 보여준 모습은 국무총리 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에 크게 미흡한 것이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의혹만 해도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병적 기록표를 근거로 이 후보자 본인의 병역 의혹 관련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1971년 최초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자인 1급 판정을 받았으나 1975년 두 번 재검을 거쳐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최초 신검 결과와 재검 결과가 달랐던 이유에 대해 최초 신검을 받은 곳이 엑스레이 기기가 없는 시골 홍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진 의원은 최초 신검을 받은 장소가 엑스레이 기기가 잘 갖춰진 육군수도병원이었고, 오히려 재검 받은 장소는 검사 기기가 부실한 홍성이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후보자는 엑스레이 시설이 잘 갖춰진 육군수도병원 검사에서는 현역 입영대상자 판정을 받았다가 시설이 낙후한 홍성에서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 증후군’진단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75년 당시 행정고시 합격 후 홍성군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었음을 들어 재검에 대한 모종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40년 전의 일”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병역을 면제 받았다. 부자가“군대를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요건을 만든 것 아닌가”(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청문회에서는 병역 의혹 외에도 분당 땅 거래,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파트 투기, 우송대 석좌교수 재직 시 특강 1회 당 1000만원을 받았다는 ‘황제 특강’논란 등 갖가지 의혹과 논란에 대해 거센 추궁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납득 가도록 해명된 것은 없다. 이날 청문회는 언론 외압ㆍ회유 논란을 불러일으킨 녹음파일 공개를 둘러싸고 정회가 거듭되고 급기야 야당이 녹음파일을 장외인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하는 초유의 소동까지 빚어졌다. 모두가 기본이 의심스러운 이 후보자의 자질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이쯤 이면 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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