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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 '1인 창작자'다

입력
2015.01.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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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서 다루지 않는 해외파 선수 궁금증

K팝 외국인 반응 보고 한국인의 리액션 동영상 촬영

일상적인 옷과 화장품으로 뽀샵 없는 뷰티 블로그

인터넷 '1인 창작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혼자서 콘텐츠를 제작해 직접 유통시키는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이들은 블로그나 동영상사이트 등을 통해 직접 글을 쓰기도 하고,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기도 한다. 기획 집필 촬영 제작 때론 출연까지 다 혼자서 한다. 물론 아마추어들이다. 그런데 이 콘텐츠에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백만 독자들이 반응한다. 애초 돈을 벌려는 목적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터넷 스타가 되기 위함도 아니었지만, 호기심에서 혹은 취미 생활로 시작했는데 인터넷과 SNS에서 반응이 워낙 뜨겁다 보니 뜻하지 않는 소득까지 안겨주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정부도 요즘 이런 1인 창작자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낸다는 '창조경제'의 컨셉트와 맞다 보니, 이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세계적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으로 ‘글로벌 파워 크리에이터’선발프로젝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1인 창작자들의 상당수는 20대다. 무슨 아이비리그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자본을 가진 것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이들 1인 창작자들의 성공비결을 (물론 이들은 성공이란 표현자체도 거북해할 지 모르지만) 들여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꾸밈없는 내용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는 점이다.

● 단지 축구가 궁금했을 뿐

2011년부터 시작된 ‘기자들이 말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블로그에는 무려 5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유도영(27)씨는 “왜 내가 궁금한 건 신문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성 선수의 팬인 그는 유럽 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해외파 선수들에 관심이 많았지만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다 비슷한 내용들뿐이었다. 기존 미디어에선 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 때부터 해외 축구사이트를 수시로 접속하고 축구 중계 방송을 챙겨봤다. “영국은 정말 하루 종일 축구만 하는 나라라서 경기 중계는 물론 경기 후 리뷰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런 방송을 시청하고 관련기사를 읽다가 결국 직접 글을 작성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유씨는 설명했다. 매일 경기 리뷰를 올리는 것은 물론 해외 선수들의 연봉과 이적문제, 한국 축구 소식들을 올리니 어느새 하루 방문자 수가 30만 명까지 늘어났다.

방문객 수가 늘어나면서 블로그에 배너 광고를 띄워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유씨는 블로그에 배너 3개를 달 수 있었다. 높은 방문자수와 조회수 덕에 한 포털사이트의 추천 블로그에 올라 지원금도 받게 됐다. 월 120만원 정도의 뜻하지 않는 수익이 생기게 된 것이다. 당시 대학생이던 유씨는 아예 영국의 축구리그를 직접 경험하고 글을 쓰겠다고 결심, 2013년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블로그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현지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직접 경기장에 가 축구를 관람하고 경기분석글을 올렸다. 이어 경기장에서 만난 현지 축구팬들에게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말하는 박지성’이라는 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렸다. 1년 동안 조회수 34만을 기록한 이 영상을 통해 지금도 매달 수익이 들어온다고 한다. 스포츠 마케터를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도 유씨는 꾸준히 축구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 리액션으로 용돈 좀 벌어볼까

대학생 윤성원(25)씨의 가장 큰 취미는 외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원하는 가수들의 공연영상과 뮤직비디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유튜브를 처음 접했을 때 그는 '흥분' 그 자체였다.

유튜브를 통해 접한 세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국내 유튜브 동영상 업로더들은 구독자수가 많아야 100만명 정도인 반면에 해외 업로더들은 구독자수가 1,000만 명을 넘는 경우도 다수였다.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가면 광고를 달아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윤씨는 ‘나도 한번 용돈을 벌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윤씨는 유튜브에서 케이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본 해외 사람들의 반응, 아시아 음식을 먹은 미국인들의 반응과 같은 '리액션 비디오'가 인기가 많다는 점을 보고 ‘한국 사람들의 반응’영상을 제작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미국 사람들이 다 알면서 한국 사람들에겐 생소한 과자’7종류를 소개받아 이태원에 있는 외국 식료품점에서 6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먹고 난 뒤 보이는 반응을 촬영했다.

윤씨가 유튜브에 올린 이 동영상은 2주 만에 250만 명이 시청했다. 조회수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광고 수익금이 160만원에 달했다. 이 동영상 얘기는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인 '허핑턴 포스트'에 소개 되기도 했다. 윤씨는 “영상 시작 전에 등장하는 광고가 영상 내용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상과 관련이 있는 직접투자를 받는 방향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가수의 동영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 취미로 돈을 벌기는 싫다

김진경(23)씨의 블로그는 지난해 하루 방문자가 6,000명에 달했다. 엄청난 인기 블로그. 이쯤 되면 그는 파워블로거라 부를 만 하다. 맘만 먹으면 배너광고를 붙일 수도 있고, 각종 협찬도 얻어낼 수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질 않았다. 김씨는 “블로그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교 4학년 때인 지난해 중순 김씨는 은행에 취업이 된 상태였다. 7학기 동안의 대학생활을 정리하고 평소에 관심 있던 화장품과 옷에 대한 글을 남기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취업을 앞두고 시작한 취미생활이었기에 흔히 '뷰티 블로거'들이 하는 것처럼 좋은 카메라를 사용하지도, 본인의 얼굴 사진을 뽀얗게 보정하지도 않았다. 블로그 홍보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로 이 점에 반응했다. '장사'냄새가 짙게 풍기는 다른 블로그와 달리, 화장법과 코디가 전혀 상업적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처럼 일반인이라고 느낀 것이 방문자들에겐 더 신선한 호감으로 와 닿았던 모양이다. 화장법 등을 묻는 쪽지가 하루에 1,000개씩 오기도 했다.

김 씨는 신기했다. 그저 그날 하루의 일상과 함께 입었던 옷, 사용했던 화장품을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간단히 올린 건데 주변의 반응이 너무도 뜨거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화장품 전문가도 아닌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이렇게나 많구나 싶어서 정말로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은행에 입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익명으로 메이크업에 대한 질문을 받아 일주일에 한 번씩 솔루션을 올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여드름이 났는데 매끈한 피부 연출법 알려주세요.”, “눈썹 정리 방법 알려주세요” 등의 질문에 영상으로 대답해주는 식이다.

지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의 질문에 맞는 해결법을 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아예 '미스피커'라는 이름의 회사까지 차렸다. 블로그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페이스북에 ‘훈녀 여대생이 알려주는, 하루 화장’이라는 페이지도 개설했는데 ‘좋아요’를 누른 구독자가 3만 명이 넘는다.

“보통 파워블로거가 되면 화장품이나 옷 협찬이 엄청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러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아니어서 집 주소를 아예 알려주지 않았어요. 회사 운영도 마찬가지예요” 김씨는 협찬과 광고로 ‘쉽게’ 돈을 벌지 않겠다며 블로그 따로, 회사 따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남들이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하는 은행 입사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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