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이야기]

동물보호단체가 국내 한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쇼를 하고 있는 오랑우탄 ‘오랑이’에 대해 환경부가 몰수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따르면 오랑이는 2000년경 국내에 불법 반입돼 개인이 사육하다 이를 포기하면서 2003년 경기 쥬쥬동물원에 기증됐는데요, 이후 오랑이는 10년 넘게 신발을 신고 옷을 입은 채 자전거나 퀵보드를 타는 묘기를 선보이며 쇼에 동원되어 왔습니다.

사이테스(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오랑우탄은 연구와 보전 목적 외에 국가간 거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3년에 사이테스에 가입했는데요. 때문에 연구나 보전이 아닌 그 외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온 경우는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상 몰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카라의 주장입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임순례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주주동물원 쇼 공연으로 학대받고 있는 '오랑'이의 보호를 주장하며 '프리 오랑'(Free Orang) 프로젝트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국민대 사법학과 3)

앞서 카라는 2013년 10월 쥬쥬동물원의 멸종위기종 동물학대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멸종위기 동물들의 몰수를 주장했지만 지난해 5월 의정부검찰청 고양지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수입되거나 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수입 또는 반입목적 외에 사용할 경우 몰수한다고 되어있는데, 오랑이는 당시 이미 불법으로 들어와 허가를 받지 않았고, 때문에 반입 목적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오랑이를 몰수하더라도 처분 방법이 딱히 없고 이전하면 오히려 낯선 환경에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됐는데요.

카라 측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동물쇼를 위해서 동물을 밀수해서 단체에 기증하는 우회통로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오랑이는 현재 건강한 생활환경에 놓여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에 따른 건강악화 우려도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3마리의 오랑우탄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에 7마리, 에버랜드에 4마리, 쥬쥬동물원에 2마리가 있는데, 에버랜드는 올해부터 오랑우탄 쇼 ‘내 사랑 타잔’을 중단하기로 해서 현재 동물쇼를 진행하는 곳은 쥬쥬동물원이 유일합니다.

카라는 오랑이와 또 다른 오랑우탄인 복돌이의 몰수에 이어 모든 영장류의 동물쇼를 금지하도록 하는 ‘프리 오랑(Free Orang)’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아가 동물원이 종보전, 연구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생태동물원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오랑우탄은 사람과 97%의 유전자가 동일하다고 합니다. 5개의 손가락과 나무를 자유롭게 잡을 수 있는 발을 갖고 자전거를 타고 북을 두드리며 쇼를 할 정도의 인지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오랑이가 사람 흉내를 내며 쇼를 하는 게 아니라 오랑우탄 본연의 모습을 찾게 될 수 있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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