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바뀐 새해 인사

중국, IT에서도 무서운 힘 보여

창조는 역사와 문화에서

2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어떤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사서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고민했다. 1990년대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은 이메일로 바뀌었다. 지난 연말연시에는 이메일 카드도 사라지고 대부분 휴대폰으로 크리스마스와 신년축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보편적이지만, 을미년을 맞은 올해에는 양을 이용한 메시지가 특히 많았다. “의기양양하게 사세요”에서 “새해 복많이 받을거양, 부모님께 효도할꺼양, 꼭 결혼할꺼양”과 같은 문구도 흔하게 돌아다녔다.

스마트폰의 강점을 이용해 메시지 대신 이미지로 동영상을 주고 받는 것도 흔한 모습이었다. 마을에 흰 눈이 내리거나, 집에 환한 전등이 커지는 동영상도 있었고, 귀여운 어린이가 세배 하거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이 큰 절을 하는 동영상도 있었다. 내가 이번 연말연시에 받은 여러 동영상 메시지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중국인 친구로부터 온 폭죽 동영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받은 연하장에 담긴 URL을 치면 골목길 양쪽으로 전통적인 가게들이 열을 지어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는 그림이 나온다. 손가락을 들어 화면 어는 곳이든 터치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형형색색으로 불꽃이 퍼지는 화려한 모습이 나온다.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면 더욱 환상적인 불꽃 쇼가 만들어진다. ‘点?任意?燃放烟花’라는 제목의 사이트는 다음 URL을 치면 나온다.(http://www.gswbw.com/html/weixinchun/1/index.html?from=timeline&isappinstalled=0#rd&from=message&isappinstalled=0&from=timeline&isappinstalled=0&from=timeline&isappinstalle)

연하장에 담긴 폭죽 동영상이 하도 신기해서 이 URL을 복사해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제자들에게 돌렸다. 보통 문자에는 답변이 늦던 지인들이 이번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답신을 해왔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정말 신기하네요.” “불꽃 쇼,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퇴근하며 전철에서 마구마구 불꽃놀이 하고 있습니다. 제 적성에 딱 맞는 선물입니다.” “화약의 원조국가, 그리고 폭죽의 나라답네요.” “거대인구가 가진 상상력의 실천이 무한 창조기술로 순환되는 대국의 축포 같습니다.”

이 동영상에 대해 열렬하게 반응하는 지인들의 답신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동영상을 사소한 볼거리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이라는 세계적인 4대 발명품의 원조 나라다. 그 중 하나인 화약을 새해맞이 풍습 중 하나인 폭죽놀이로 변화시킨 중국이 이제는 전통문화를 IT기술로 승화시킨 결정체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동영상이라고 본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이 동영상이야말로 중국이 5,000년 역사와 14억 인구의 문화를 두 날개로 해서 상상력을 활짝 펼친 최첨단 IT제품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창조를 정부가 국정공약으로 삼은 첫 나라가 됐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분명히 문화라는 요소를 포함한 창조경제를 그렸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창조를 너무 무겁게 접근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창조로 무인항공기를 제작할 수도 있고 불치병을 극복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런 제품은 모두 우리 삶을 한 단계 높여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그러나 경쟁력의 기본이 차별화이고, 차별화의 핵심가치는 경쟁자가 모방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에서 나온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창조 역시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반만년 역사와 8,000만 명에 접근하는 한국인의 문화 속에서 출발하는 창조야말로 우리 경쟁력을 다른 나라가 흉내내지 못하게 하는 차별화 요소다. 간단한 듯 한 연말연시의 메시지와 동영상 제품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녹여내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창조경제를 꿈꾼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ㆍ중국 장강상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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