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2014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흔한 크리스마스 캐롤송 한번 못 들어봤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연말연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요. “그래도 다른 지역은 나은 편”이라며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의 공무원들입니다.

실제 세종시에는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만한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는 곳은 청사 내 어린이집 정도. 그 외엔 흔한 전구 장식이나 크리스마스 트리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재정수지 적자가 매년 불어나는데 청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대번에 ‘사치 부린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안 통과가 예년보다 일찍(지난 2일) 끝나 연말에 가슴 졸이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다”고 했습니다.

청사 인근 상점도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은커녕, 연말 맞이 판촉 이벤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손님이야 매번 비슷한 공무원들이니까요.

그러니 12월의 세종 청사는 부쩍 더 춥고, 스산해 보입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이런 세종시의 모습을 빗대 ‘세베리아’(세종+시베리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무원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연말연시 분위기를 살려보려 애쓴다고 합니다. 한 과장급 여성 공무원의 연말나기 비결은 인파에 치이고 매연 냄새를 맡는 것. 그는 최근 주말마다 배우자를 동반하고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강남대로 인근을 배회한다고 합니다. 서울 사는 남편은 “왜 꼭 붐비는 강남이냐”며 불평 한다는데요, 그런 남편도 부인의 이런 답변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세종시에 있다 보니 화려하고, 사람에 치이고, 시끄럽고, 매연 냄새 나는 이런 곳이 너무 그립다.”

사설 문화센터도 한 대안입니다. 지난달 청사 근처에 새로 문을 연 홈플러스의 문화센터는 참가신청이 쇄도해 신청자 수가 전국 매장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간 변변한 영화관 하나 없는 세종시에서 공무원이나 그 가족들이 얼마나 문화 생활에 목말라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홈플러스 내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도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한 공무원은 “세종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와인이나 피자를 무한정 먹을 수 있어 애용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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