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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진당 해산 이후 ‘공안·종북몰이’ 확산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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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진당 해산 이후 ‘공안·종북몰이’ 확산 우려한다

입력
2014.12.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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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을 통해 향후 민주적 기본질서의 존중 아래 한층 더 성숙한 민주적 토론과 우리사회의 이념적 다양성이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 19일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했다는 이유 등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법정의견(다수의견)의 마지막 문장이다.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의 지적처럼 ‘성급한 일반화’에 근거한 해산 결정 자체가 ‘민주적 토론과 이념적 다양성’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결론이다. 헌재 결정을 찬성하는 쪽은 정당해산이란 극단적 조치가 불가피한 이유로, 반대 진영에서는 헌재가 잘못된 결정으로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의 주된 논거로 민주주의의 근본가치 훼손을 들고 있다는 것 역시 아이러니다. 어느 편에 서든 이번 결정이 극단적 이념대립에 붙들린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헌재 다수 재판관들의 ‘희망’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정파적 관점에서 멋대로 해석하거나 이를 소수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통진당 주도세력과 무관했던 일반 당원들 및 경우에 따라 통진당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도 했던 다른 정당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이념 공세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진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이 벌어지고, 진보 진영을 겨냥한 무차별 ‘종북몰이’도 가열될 조짐이다. 헌재 규탄집회에 대한 법무부의 강경대응 방침도 논란거리다.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한다’는 집시법 규정에 따른 조치라지만, 규정 자체가 모호해 ‘이현령비현령’ 소지가 있다. 19, 20일 진보연대 주최 집회에 통진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정부와 헌재를 규탄했으나 경찰이 제지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사후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치켜세우자 ‘공안몰이’의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난데없는 ‘사이버 검열’ 논란이나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등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만에 하나 정부와 여당, 보수 진영이 헌정사의 비극을 정치적 국면전환용이나 ‘종북몰이’의 빌미로 악용할 경우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더 큰 저항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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