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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해자 보호 무시한 국토부 신뢰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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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해자 보호 무시한 국토부 신뢰도 추락

입력
2014.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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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경제부 기자
김현수 경제부 기자

“핵심 인물이 출석을 거부한 마당에 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뤄진다 해도 한 차례 신뢰성에 금이 간 조사를 국민들이 얼마나 믿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이 국토부의 재조사 출석 요구에 끝내 답하지 않자 1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 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박 사무장이 지난 8일 첫 조사 당시 언급하지 않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고성 및 욕설, 폭행사실을 이후 검찰조사에서 진술해 논란이 커졌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출석을 요청했지만 결국 불응하면서 조사 전체의 실효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조사는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어졌다. 국토부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곧바로 조사단을 구성하며 발 빠르게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박 사무장에 대한 출석 통보를 회사에게 요청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였다. 사건 초기부터 매일 박 사무장에게 ‘조 부사장은 욕을 한적이 없고 비행기에서 내린 건 자발적인 판단이었다’라고 진술하라는 사측의 압박이 가해진 점을 고려하면 진상조사의 기본인 ‘피해자 보호’라는 원칙은 애초부터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국토부엔 입을 다문 채, 언론 인터뷰와 검찰조사를 통해 어렵사리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난 11일 출입기자 대상 첫 브리핑 장소에서 확인한 국토부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안일했다. 당시 기자들이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현재 정상적인 출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승무원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는지는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핵심 자료들을 대한항공이 알아서 줄 때까지 기다리는 무기력함이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당시 항공기 탑승자 명단 및 연락처와 기장-램프콘트롤(탑승구 관제) 간 교신내역을 지난 8일 요청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 뉴욕 JFK공항에 요청할 경우 시간이 걸린다’고 항변하지만, 유례없는 사건을 두고 조사단이 가해당사자가 속한 기업에 손을 내미는 게 조치의 전부였다.

국토부는 주무부처로서 항공법 위반여부 등 전문적으로 조사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사의 당위성을 떠나 피해자 보호 및 자료 확보라는 기본을 갖추지 못한 채 이뤄지는 조사는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건 조사를 위해 꾸린 조사단 멤버 6명 중 2명을 대한항공 출신으로 꾸렸다. 국토부는 ‘출석 및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힘들다’는 하소연 이전에, 조사의 ABC부터 다시 되짚어 보기 바란다.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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