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소송 사태까지 벌어진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이 또 서평을 게재했다. 지난달 27일자 조간 오피니언면 서평에 이어 이번에는 새 책을 소개하는 7일자 출판면에 외부 전문가의 독서평 형태로 실렸다.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싸움’ ‘근원은 가부장제ㆍ국민국가체제’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정치학자 스기다 아쓰시(杉田敦) 호세이(法政)대 교수의 서평을 번역해 소개한다.

이른바 종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는 일본군의 관여를 강조해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쪽과 그것을 단순한 매춘이었다고 보고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쪽이 정반대로 대립해 외교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국의 위안부 표지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적인 다툼 가운데 중요한 당사자인 여성들이 간과되기 쉬운 것을 문제 삼아 한국의 시민단체쪽 자료도 인용해가며 여성들의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무구한 소녀들의 일방적인 수난이라는 이미지는 일면을 전하는데 불과하고 식민지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군의 협력자로서도 행동하도록 강제된 것 자체가 오히려 심각한 것이다. 군인들도 자신의 뜻에 반해 동원됐다는 의미에서는 피해자의 측면도 가졌다고도 한다. 전쟁터로 가는 이동수단을 제공한 일본 정부에 구조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지만 모집이나 운영을 직접 맡은 조선인을 포함한 업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 책의 한국어판은 시민단체의 고소를 당했고 저자는 한국에서 공격의 표적이 되어 있다. 나치 고위관리의 변명에도 이해를 표시하며 일부 유대인의 나치 협력조차 언급한 한나 아렌트가 유대사회에서 고립된 일이 떠오른다.

애당초 일본 식민지 지배가 없었다면 여성들이 전쟁터로 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니 그들의 운명은 지배의 기억과 중첩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한국이 일본에게만 책임을 물었기 때문에 여성차별적인 가부장제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국민국가체제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을 간과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임을 너무 넓게 물어서 책임 추궁을 곤란하게 한다는 비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 복잡한 문제를 최대한 공평하게 파악하려고 한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이 문제제기에 일본쪽이 어떻게 답해갈 지가 과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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