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절대반지] (1) 입법로비 수사, 어떻게 볼까

‘입법로비’ 수사로 여의도가 아우성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다발적으로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입니다. 의원들의 반발 강도가 생각보다 센 것 같습니다. ‘정치 탄압이다’‘무리한 표적 수사다’‘이러면 우리는 정치 어떻게 하라는 거냐’ 한마디로 여의도가 한 마디로 아우성인데, 취지는 결국 하나입니다. “우리는 죄가 없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법을 바꿔달라거나 새로 만들어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빙자한 불법 자금을 줬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 대상이라는 겁니다.

● 단체의, 단체에 의한 후원금은 안 돼

먼저 법 조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치자금법은 31조에서 ‘외국인과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1항), ‘누구든지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2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단체로부터, 단체의 돈을 정치 후원금으로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소위 ‘쪼개기 후원’은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이냐. 쪼개기 후원은 대체로 단체가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는 경우입니다. 요즘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한전KDN 입법로비 의혹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공공발주 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한전KDN 측이 대표 발의한 전순옥 의원 등에게 1,000여만원의 정치후원금을 직원 명의로 약 10만원씩 쪼개 건넨 것이 이번 입법로비 의혹의 골자입니다.

일단 이 돈은 한전KDN이 준 것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단체의 후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후원금 전체가 한전KDN의 돈, 혹은 한전KDN과 관련된 돈이라고 의심은 할 수 있겠지만, ‘직원 개인의 돈’이라고 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단체 이름으로 단체의 돈을 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죄가 안 된다고 하는 쪽의 주장의 근거가 바로 이겁니다.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소액 후원인 줄 알았지, 단체가 개입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고, 준 단체는 그들대로 ‘순수한 의도의 개인 후원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왜 우리를 죄인 취급하냐. 이렇게 항변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죄가 안 된다,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요? 검찰과 경찰이 이 정도 법률 검토도 없이 수사에 들어갔을까요? 그들도 나름 ‘전문가’일 텐데 말입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경찰청에서 특수수사과 관계자들이 한전케이디엔(KDN) 운영비리 관련 현금가방과 허위출장 서류 등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전케이디엔은 2년간 직원 350여명의 허위출장비를 만들어 개인이 착복 및 상납했으며, 임원은 관련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허위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입법 로비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전케이디엔 ㄱ 전 사장과 ㄱ 전 본부장 등 임직원과 관련자를 포함한 42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명백한 청탁, 대가 입증되면 입법로비

수사기관이 들고 나오는 다음 수가 바로 ‘청탁 여부’ 입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법 개정 등에 관련된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고, 그 대가로 법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개인 자금으로 위장한 후원금’을 전달했다면 당연히 ‘처벌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ㆍ신학용ㆍ신계륜 의원을 기소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로비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검찰은 서종예의 옛 교명인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에서 ‘직업’이라는 단어를 뺄 수 있도록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을 개정해달라는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세 의원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명백한 입법로비였다는 해석과 함께요.

그 근거로 먼저 김 이사장이 준 돈은 정치 후원금이 아니라 비공식적이고 음성적인 돈 거래였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세 의원에 대한 로비는 서종예라는 단체가 아니라 김 이사장 개인의 로비였다고 봐야 한다고 합니다.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 법을 바꾸려고 했고, 그 목적으로 의원들에게 접근해 뇌물을 준 음성적인 로비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단체 이름으로 준 것도 아니고 그 돈이 단체의 돈도 아닌 개인의 돈인데도 검찰은 입법로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물론 검찰은 세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고, 뇌물죄를 적용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명백히 입법로비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과 경찰은 여기에 입법의 취지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입법을 한 것이 명백히 특정 단체를 위한 것이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건데요. 그 예로 입법로비 수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2011년 ‘청목회’ 사건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는 당시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청원경찰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해 오다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것이 적발돼 무더기로 기소가 됐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입법을 주도한 당시 민주당 최규식 전 의원 등 기소된 의원들에게 입법로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간단히 말해 당시 법안의 취지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었던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이라는 점에서 최 의원 등이 추진한 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가벌성이 떨어진다고 법원이 본 겁니다. 이 부분이 특히 직업학교라는 일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서종예 사건에서의 법안과 다른 점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전KDN 사건 역시 법안 개정안이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골자였다는 점에서 한전KDN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 수사에 불평하기보다 법 개정 논의해야

현재 검찰과 경찰이 하고 있는 입법로비 사건은 대한치과의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한전KDN 등이고, 수십명 국회의원이 이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죄가 되느냐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결국 무리한 수사인지 아닌지는 수사 결과가 말해줄 것입니다. 어쨌든 수사기관에서는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니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같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학계와 정치권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정치자금법 31조를 포함해 조문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이 개입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무리한 수사’을 얘기하기에 앞서, 정말 입법로비 수사가 정치 활동에 제약이 된다면 법을 먼저 정교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수사기관은 법을 잣대로 일을 하는 것이고, 그 법은 정치권에서 만들고 다듬어야 할 일이니까요.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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