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내 해양수산부가 자리한 5동 5층 상황실에 중고 간이침대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성인 한 사람이 몸을 눕힐 수 있는 정도 크기에 다소 딱딱한 바닥, 평소 반으로 접어뒀다 펼치면 무릎 높이가 되는 침대입니다. 하루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상황실 내 휴게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만큼, 새로 생긴 이 침대는 직원들의 피로를 푸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가까이 지난 25일까지 침대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상황실 구석에 고이 놓여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이 침대의 전 주인이 바로 이주영 장관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사고 이후 7개월 간 사고 수습을 지휘하며 실종자 가족을 지키던 그가 잠시나마 고단한 몸을 쉬었던 곳이 바로 진도군청 4층에 놓였던 이 침대였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장관의 고생이 고스란히 담긴 물품을 함부로 사용할 엄두를 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침대를 해수부 상황실에 옮겨 놓자는 아이디어는 이주영 장관이 직접 냈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은 장관이 상황실 본연의 역할을 고려해 결정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는데요. 실제 상황실은 부산 인천 여수 등 전국 11곳의 해양항만청과 해양안전본부(옛 해경)가 관할하는 연안 앞 바다에서 선박 좌초, 기름 유출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보고가 집결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입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야전사령부였던 진도군청, 그리고 그곳에 머물던 이 간이 침대를 보면서 상황실 직원들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겁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항상 강조하던 장관의 철학이 떠오른다는 직원도 있습니다. 사고 직후 해수부 직원들은 2주 정도면 진도를 떠나 세종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어 더욱 고통 받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현장을 떠나기는커녕, 시멘트 바닥 위에 놓인 간이 침대 생활을 감수해 왔다는 겁니다.

상황실 직원들은 이 침대를 두고두고 사용하지 않고 보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은 물론 선후배들과 함께 지켜보며 초심을 다지는 매개물로 삼겠다는 겁니다. 앞으로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논의 등 또 한 번의 중요한 현안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국민의 눈높이를 잊지 않길 바랍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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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하는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청에서 열린 범대본의 마지막 회의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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