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꼭 이런 모습까지 봐야 합니까?”

한 중앙 정부부처 내부망(인트라넷) 게시판이 최근 난데없는 ‘노상방뇨’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4일 자신을 ‘나이 많은 공무원’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익명으로 올린 글이 발단이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3일 늦은 밤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세종청사 담벼락에 대고 노상방뇨를 했다는 겁니다. 작성자는 이를 “창피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노상방뇨를 성토하는 다른 공무원들의 익명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작성자에 따르면 이 중년 남성은 하필 환한 가로등 불 아래서 보란 듯 볼일을 봤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음란행위가 아니냐’ ‘청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범인을 잡아 공연음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청사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한 건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청사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없다 보니 생리현상이 급한 나머지 불가피한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거죠. 실제로 세종청사 근처에는 상가가 드문 편이라 청사 내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근처에 볼일 볼 곳이 많지 않습니다.

작성자가 진짜 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공무원 생활의 고달픔’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것도 짜증난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가족과 떨어져 세종에서 원룸 생활을 해야 하는 일상도 고달픈데, 최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하니 공무원들은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자니 ‘관(官)피아’논란 때문에 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 한 공무원은 “민간인이 노상방뇨를 했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았겠냐”면서 “공무원은 잘해야 중간이고, 조금만 잘못하면 큰 지탄을 받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년 남성이 공무원인지는 어떻게 아냐고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작성자가 ‘범인’을 잘 아는 사람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처 소속 한 공무원은 “노상방뇨를 한 사람이 읽고 뜨끔 하라고 쓴 글인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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