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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악재 덮치는 전세시장… 내년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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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악재 덮치는 전세시장… 내년이 더 두렵다

입력
2014.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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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 수요 급증하고 저금리 탓에 월세 전환 가속화

정부 대책은 "빚 내 집 사라"뿐 세입자 주거 안정책 마련 절실

전세난에 세입자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더 무서운 전세대란이 몰아칠 거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 급증,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른 월세 전환 가속화, 그리고 짝수 해보다 전셋값이 더 뛰는 이른바 ‘홀수 해’ 효과까지 전셋값 고공행진을 부추길 ‘3중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이렇게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세시장을 짓누르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대책은 “빚 내서 집을 사라”는 매매 활성화에 집중돼 있을 뿐, 전월세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세입자 주거 안정책 마련에 팔을 걷어 부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26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까지 서울시 내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가 예정된 가구는 내년에만 8,763세대가 몰려있다. 올해(3,355세대)의 2.6배 수준이다. 특히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무려 92.6%(8,144세대)가 집중돼 있다. 강남 4구 등 서울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올 하반기 전세난을 주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는 내년 재건축 이주 규모는 전세시장에 엄청난 화약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거론하는 이주 시기 조정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 올해도 이주 시기 조정을 내세웠지만 전셋값 고공행진을 막지 못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강남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9,000가구인 반면, 같은 기간 이주 규모는 1만2,000가구가 넘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이주 시기가 늦어질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전세 물량 확보가 치열해지면 당연히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강남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불거진 전세난은 도미노처럼 주변 지역으로 퍼진다는 점이다. 올해도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기 하남 성남 화성시 등의 전셋값을 덩달아 끌어올렸다. “강남발 전세난은 경기 용인 분당 등으로 외연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전체 재고가 줄어든다는 면에서 재건축 이주는 실질적으로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등의 진단이 나온다.

내년 전세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다. 한국은행이 올 들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연 1%대까지 낮아졌다. 이런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올해는 두 달 남짓이지만, 내년에는 연중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일각에선 내년 초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는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둬 봐야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당연히 전세 계약 만기 시 월세나 반(半)전세(전셋값 상승 분만큼 월세로 받는 방식)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전세금(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올 들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6.4% 수준이지만 여전히 예금 금리보다 3배 정도 높다. 이 때문에 1995년 30%에 달했던 주거형태 중 전세 비율은 2012년 21.7%로 떨어진 반면, 이 기간 월세는 10%포인트 가까이 늘어 전세 비율과 비슷한 점유율(21.6%)을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더 심해지는 내년에는 월세 전환이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역시 저금리를 내년 전셋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는다. 박원갑 위원은 “최근 재계약에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비율이 30~50%에 달한다”라며 “주택시장 내부에서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 전세가격만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도 “금리가 낮아지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 전환으로 줄어드는 수익을 만회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홀수 해’ 효과가 내년 전세대란을 가중시킬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2년 주기로 갱신되기 때문에 끝자리가 홀수인 해에 전세난이 심화하는 경향이 있어왔다”며 “홀수 해가 되는 내년에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한다.

실제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전셋값은 유독 홀수 해에 급등했다. 전세가상승률은 2010년 10.26%에서 2011년 13.03%로 3%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2012년 3.45%로 안정됐다가 2013년 12.8%로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짝수 해엔 전셋값 상승이 주춤했다가 홀수 해에 급등하는 패턴이 최근 5년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짝수 해인 올해 전세가상승률은 10월 현재 5%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전셋값 홀짝 효과는 1990년 전세기간을 최소 2년으로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등장했다. 원래 법 개정 직후 집주인들이 2년치 전세금을 한번에 올리면서 짝수 해마다 전셋값이 급등해 ‘짝수 해’ 효과로 불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역(逆)전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홀수 해에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는 홀수 해 효과로 추세가 뒤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홀수 해 효과는 좀더 검증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준공(입주) 물량이 2011년 33만9,000호, 2012년 35만2,000호, 2013년 35만5,000호로 소폭이지만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고, 전세 거래량의 연도별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 등 다른 변수들이 전셋값에 미치는 제한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홀수 해 효과를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어 보인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전세 수요가 고루 분산돼 예전처럼 홀짝 효과가 뚜렷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홀수 해 상승률이 높은 건 사실”이라며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이미 높은 상황이라 전셋값 상승 속도는 다소 완화하겠지만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의 전세난을 부동산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미분양 주택이나 다세대 임대주택을 매입해 전세로 돌리고 월세 전환을 늦추는 집주인에게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등의 단기 대응과 서울시의 ‘시프트’처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장기 플랜을 다각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과세 완화”(박원갑 위원) “추가적인 월세 관련 대책”(조주현 교수)도 거론됐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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