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이야기]

지난 20일은 부산 북구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가람이가 드디어 출소(?)하는 날이었습니다. 가람이는 추석당일인 8일 구포동 앞에서 구조된 유기견인데요. 건강검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보호소에 들어갔습니다. 보호소에 수용된 유기동물들은 주인을 찾기 위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이 되고, 열흘간 공고를 거친 다음 새 주인을 찾거나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가람이는 공고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날이 20일까지 주인을 찾지 못해 기자가 데리러 간 겁니다.

그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기대도 해보고 밥은 잘 먹는지, 보호소에 있는 다른 강아지로부터 병을 옮지는 않았는지 애를 태웠는데 19일 보호소에 연락하니 무사히 있다며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미용을 하고 나온 가람이.

처음 가본 유기동물보호소는 부산 시내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 있었습니다. 은색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져 있었는데 보호소 건물 내에는 발견된 지역별로 방이 구분이 되어 있었고 내부는 들여다 볼 수 없었습니다. 유기견을 데리러 왔다고 얘기하자 철장 속 가람이를 데려다 주었는데, 발견 당시 순했던 가람이는 사람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습니다. 가람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심장사상충(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반려동물의 주요 기생충 질환) 등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건강성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운 좋게도 사설 보호시설에 자리가 생겨 현재는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람이는 안전해졌지만,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게 있습니다. 가람이가 궁금해 그동안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계속 접속해 왔는데, 접속할 때마다 전국 보호소로 들어온 유기동물들을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가람이와 같은 날 같은 보호소에 들어온 4개월 추정 백구, 3살 추정 말티즈의 눈빛은 애처로워 보였고 이외에도 ‘순함, 애교, 이웃 민원 때문에…’라는 설명이 붙은 10세 전후의 잡종견, 한쪽 눈을 실명한 고양이, 뒷다리를 다친 요크셔테리어, 보호소 앞에 함께 동시에 버려진 강아지 3마리 등 수많은 동물들이 애타게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가람이가 있었던 부산의 한 보호소.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들은 집을 나온 뒤 다시 집을 찾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양한 이유로 버려졌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때나마 주인 품 속에서 사랑 받다가 보호소에 들어온 이들은 운이 좋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다면 안락사 당하는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지난해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 약 10만마리 가운데 안락사와 자연사한 경우가 48%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보호소 환경이 개선되고, 강아지를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인식이 퍼져 소중한 생명들이 새 삶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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