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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화가 가린 '진짜' 중섭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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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화가 가린 '진짜' 중섭을 만나다

입력
2014.09.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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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지음

돌베개 발행ㆍ932쪽ㆍ4만8,000원

생애의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추적

본문 뒤 외전 이중섭 소비현상 성찰

이중섭 '자화상'. 48.5 x 31 cm, 종이에 연필, 1955
이중섭 '자화상'. 48.5 x 31 cm, 종이에 연필, 1955

불우한 천재 화가, 애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가난 속에 피어난 낭만과 순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꼽히는 이중섭(1916~1956)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들이다. 전혀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 천재의 신화는 추측과 환상, 과장이 만들어낸 인기 상품으로 소비되곤 하므로 ‘진짜’ 이중섭을 만나려면 정확한 사실부터 확인해야 한다.

미술평론가 겸 미술사학자 최열(58)이 신화가 아닌 ‘실록’ 이중섭을 목표로 평전을 썼다. 열일곱 나이에 미술전시회에서 이중섭 그림을 처음 본 뒤 내내 이중섭을 마음에 두고 살았다는 저자는 숱한 자료를 모으고 기록을 샅샅이 검토해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평전을 완성했다.

잘못 알려진 것과 불확실한 것들을 바로잡아 이중섭의 생애를 정확하게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예컨대 이중섭이 오산고보에 진학한 것은 민족주의 학교라서 선택한 게 아니라 평양 제2고등보통학교에 두 번 낙방한 뒤 외할아버지와 오산고보 설립자 이승훈의 인연으로 간 거라고 밝힌다. 일본 유학 시절 도쿄미술학원이 아닌 제국미술학교로, 다시 문화학원으로 옮긴 것은 민족정신이 강하거나 관학을 싫어하는 분방한 기질 때문이 아니라 입학하기 쉬운 학교를 골라 들어갔다가 성적이 나빠 정학 처분을 받자 옮긴 것이다. 자기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됐다는 사실을 알고 대수롭지 않은 척 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그는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사소한 에피소드부터 굵직한 사건까지 이중섭 생애의 거의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추적해 이중섭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의 시대와 생애, 삶과 예술, 사랑과 이별을 꼼꼼히 살피고 사후 이중섭 신화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양상까지 정리했다. 출생에서 죽음까지를 다룬 680쪽의 본문 뒤에 붙인 ‘외전-그 떠난 후’에서는 이중섭을 추모하거나 회고하는 모든 기록을 살피고 1957년부터 2005년까지 대규모로 열린 회고전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이중섭을 대하는 태도와 반응을 반성적으로 돌아본다.

이중섭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저자는 각주를 충실하게 달고 부록으로 이중섭 연보와 350점이 넘는 주요 작품의 원색 도판, 이중섭에 관한 주요 문헌 목록, 이중섭과 관련된 주요 인물에 대한 해설을 붙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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