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 이야기]

추석 당일인 8일 부산 북구 구포동 앞에서 잡종견 유기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도망이라도 갔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 텐데 다리와 꼬리가 불편해 보이는 유기견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쫓아가고 집에까지 따라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는데요. 다리 상태도 걱정이 되고 털 관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 급한대로 구청에 신고를 했습니다.

구청 직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는 근처 가람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강아지를 잡기 위해 ‘가람이’라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보였지만 운동장을 도는 모습을 보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끼도 많아 보였습니다.

평소라면 구청이 위탁한 동물보호소 관계자가 유기견을 데려가기 위해 나왔겠지만 추석이라 당직을 서던 구청 직원이 작고 낡은 철장을 가져왔습니다. 그는 강아지를 잡아본 적이 없다며, 신고한 기자에게 강아지를 잡아 철장 안에 넣어달라 요청을 했고, 40분이 걸려서야 겨우 가람이를 안아 철장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명함을 건네며 강아지가 보호소로 넘어가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나라도 데려가겠으니 보호소와 연락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전했는데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가람이를 구청으로 보낸 후, 민간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상담을 청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관계자는 “북구 보호소의 유기동물 폐사율이 45%나 되니 구청에서만 허락을 해주면 부산지부에서 가람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와 입양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거절을 했습니다.

보호소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 당일 저녁 구청에 연락을 해보니 또 다른 구청 직원이 “강아지는 보호소에서 데려간 것 같다. 원하는 내용을 담당자에게 전달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만난 유기견 가람이.

다음날 보호소에 전화해보니 가람이가 도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더 착잡해졌는데요. 건강한 강아지라도 케이지 안에 있으면 체중이 주는 등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가람이가 이미 다른 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현재는 건강하더라도 예방 접종을 맞지 않은 상태라면 보호소에 있는 다른 강아지로부터 병을 옮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고일로부터 10일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자에게 우선 연락을 주겠으며, 보호소에 오기 전 미리 연락을 주면 강아지가 콧물을 흘리는지 설사를 하는지를 미리 알려주겠다고도 했습니다.

보호소에 도착해서는 간단한 건강검진조차 받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제가 건강한 강아지를 오히려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가람이를 안을 때 마른 상태였는데 보호소에서 밥도 안 먹는다니 더욱 걱정이 됐습니다. 북구 보호소에 있는 그간 동물들을 살펴보니 특히 고양이들은 대부분 주인을 찾기 전에 자연사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북구 보호소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이런 보호 체계라면 건강한 강아지고양이도 보호소 안에서 질병을 옮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 폐사율이 높다면 무조건 유기묘를 보호소에 보낼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알아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지 궁금했습니다. 또 입양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건강상태가 어떤지는 사람들이 입양을 한 다음에야 확인할 수 있는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대안으로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동물관리와 등록은 구청에서 하고, 주인을 찾는 동안 시민이나 동물단체가 동물을 보호하는 시민임시보호제 등도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람이가 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는 날짜는 20일입니다.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 전에 주인을 만나면 가장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주인을 만날 기회라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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