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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가 조직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세제실이 1년 5개월 만에 기재부 1차관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산(세출)과 조세정책(세입) 기능을 분리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표면적 이유인데, 속사정은 조금 더 복잡해 보입니다.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힘있는 부서 가운데 하나인 세제실은 지난해 3월까지 경제정책 및 국제금융, 대외경제 등을 담당하는 1차관 산하에 있었습니다. 2차관 산하엔 예산실, 국고국, 공공정책국 등이 있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하나로 합쳐지기 전까지 별개 부처였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역할 분담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현오석 전 부총리는 재임 당시 조세정책도 재정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세제실을 2차관 산하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결과 2차관은 세입과 세출 카드를 함께 쥔 명실상부한 ‘슈퍼 차관’이 됐습니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한달 만인 지난 13일 세제실을 1차관 산하로 돌려보냅니다. 차관 간 대(對)국회 업무를 분담하고, 세입 세출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게 공식 이유입니다. 그간 2차관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조직개편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人事) 때문에 조직개편을 서둘렀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분석입니다. 최근 예산실장에서 승진한 방문규 2차관은 행정고시 28기입니다. 이어 조직개편 직후 같은 28기인 문창용 조세정책관이 세제실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세제실이 2차관 산하에 있었다면 28기 동기끼리 직속 상하 관계를 이루는 멋쩍은 상황이 생깁니다. 여전히 기수 문화가 뿌리 깊은 공직사회에서 인사권자로서는 실장급 인사 발표 전 서둘러 세제실을 주형환(26기) 1차관 산하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던 주형환 1차관이 원래는 2차관 자리를 바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산통인 방문규 2차관은 경제정책 담당인 1차관 자리에 보내기엔 부적합 했고, 따라서 주형환 비서관이 1차관을 맡는 대신 세제실을 가져오는 식으로 힘의 균형을 맞췄다는 겁니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주소가 바뀐 세제실에 대해 기대와 함께, 조세정책이 재정건전성을 위한 적절한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비과세ㆍ감면 같은 경기부양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세제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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