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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드 터널 공법, 발파 어려운 지대서 활용 도심에선 걸음마 수준… 경험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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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드 터널 공법, 발파 어려운 지대서 활용 도심에선 걸음마 수준… 경험 부족 우려

입력
2014.08.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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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일대에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과 동공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하에 터널을 뚫는 방식 중 하나인 실드 공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공사에 적용된 실드 공법이 잠실 석촌 지하차도에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원인 규명 조사단은 지난 14일 ‘석촌 지하차도 도로 함몰 관련 중간 조사 결과 및 대책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 중이던 실드 터널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드공법은 땅속으로 큰 원통을 넣어서 그 원통을 앞으로 전진시켜가며 조금씩 땅굴을 파는 굴착 공법. 폭발물을 통한 발파로 터널을 뚫는 전통적인 굴착공법 나틈(NATM) 방식이 적용되기 어려운 구간에서 대안적인 공법으로 활용된다.

토사나 풍화암층으로 이뤄져 발파를 할 경우 지반이 무너지거나 지하수가 유출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지대가 대표적이다. 진동이나 소음이 적다는 장점으로 도심지에서의 굴착 공사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는 1800년대에 최초로 등장했지만 국내에선 1985년 부산의 구덕 수로터널 공사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수로터널과 도로터널 등으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지하철 공사에는 2000년 부산지하철 203공구를 시작으로 2003년 서울 9호선 909공구(당산~여의도), 분당선 왕십리-선릉 복선전철 3공구, 7호선 703~704공구 등에 차례로 실드공법이 적용됐다. 주로 바다나 강 아래로 터널을 뚫는 공사였고, 7호선 구간의 경우는 신중동역 부근 940m 길이에서 풍화대 지반이 발견되면서 실드공법이 사용된 사례였다.

문제는 이번에 싱크홀이 발견된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처럼 도심 밀집 지역에서 실드공법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부터 둔촌동 보훈병원을 잇는 9호선 3단계 구간은 918공구를 제외하고 연약지반이 나타난 919~921공구에서 실드공법을 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반침하가 발생한 919구간의 경우 지하수에 취약한 충적층(모래·자갈)이 두껍게 자리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도심 지역에서 실드공법을 적용할 경우 공사 후 물과 시멘트 등으로 빈 공간을 메우는 그라우팅(Grouting) 공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라우팅이 부실하게 이뤄지면 지하수가 흙 입자와 같이 이동하면서 지반밀도가 낮아져 땅이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실드공법에 대한 경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건설사 전문가는 “서울 도심의 경우 지반이 불균질한 경우가 많아 드릴을 계속 교체해야 하는 등 실드공법을 적용하기 까다로운 점이 매우 많다”며 “아직 걸음마 수준인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월과 7월에도 실드공법이 적용된 지하철 9호선 909공구 주변의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견됐지만, 조사단에서는 실드공법보다는 40년 전에 만들어진 낙후된 하수도 시설을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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