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진의 달콤한인생]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의 어느 찻집에 외국 여성이 들어 왔다. 2층에 빈 자리가 많은데도 외국 여성은 두리번 거리며 무엇인가 찾는 눈치더니 벽쪽 구석자리로 가서 앉았다. 앉자마자 가방 속에서 그가 꺼내든 것은 스마트폰 충전기였다. 알고 보니 그 여인의 의자 뒤쪽으로 전원장치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있었다.

비단 명동 찻집 뿐 아니라 이런 풍경은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음식점, 병원, 도서관, 공항, 지하철 역 등에서 벽에 붙은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뒤적이는 사람들이 흔히 눈에 띈다.

그런데 이를 절묘하게 이용한 광고가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14일 미국 뉴욕의 JFK 국제공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갤럭시S5’의 초절전모드를 강조하는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는데, 광고의 위치가 콘센트 바로 옆이다.

“당신은 꼭 이곳에만 있지 않아도 된다”(so you have the power to be anywhere but here)는 광고 문구는 갤럭시S5의 오래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경쟁 상대인 애플 아이폰의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을 꼬집고 있다. 공교롭게 씨넷 등 해외 IT전문 온라인 매체의 보도를 보면 함께 실린 사진 속 인물은 하필 광고 옆 콘센트에 아이폰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짧은 배터리 용량을 꼬집은 월 허거 광고. 광고 캡쳐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공격한 광고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은 지난달 초 유튜브에 공개한 갤럭시S5 동영상 광고에서 아이폰 이용자들이 공항 콘센트 옆에 노숙자처럼 달라 붙어있는 장면을 내보내며 벽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란 뜻의 ‘월 허거’(wall huggers)라고 꼬집었다.

광고 속 아이폰 이용자들은 화장실 콘센트에도 몰려 들었다. 반면 갤럭시S5 이용자들은 푹신한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웃고 즐기는 장면을 대조적으로 내보냈다. 아이폰은 내장형 배터리여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반면 갤럭시S5는 기존 배터리가 모두 닳으면 새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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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아이폰의 짧은 배터리 용량을 꼬집은 월 허거 광고. 광고 캡쳐

광고 내용만 보면 참으로 훌륭한 광고다. 상대의 약점을 절묘하게 짚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가 애써 묵살한 점은 이용자들의 사용 습관이다. 이용자들마다 즐겨 사용하는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늘어나면서 한 번 충전하면 예전만큼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전기 지참은 이제 필수가 됐다.

아무래도 인터넷과 여러가지 앱을 사용하면 통화만 하는 사람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아이폰 뿐 아니라 갤럭시S5도 마찬가지다. 요는 기기 자체의 배터리 용량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의 사용 습관도 용량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는 점인데, 해당 광고는 애써 이를 눈감았다.

어쨌든 광고 내용만 놓고 보면 상대의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 든 삼성전자의 완승이다. 문제는 과연 이런 내용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을 흔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은 “재미있는 광고다”라며 “하지만 모든 제품의 상황이 비슷하고, 아이폰 충전기도 다양해 별 상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광고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이를 아이폰의 치명적인 한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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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붙박이" 애플 조롱하는 삼성전자 광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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