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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건 하느님뿐" 바티칸은행에 메스 살벌한 마피아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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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건 하느님뿐" 바티칸은행에 메스 살벌한 마피아도 파문

입력
2014.08.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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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초’는 곧 ‘개혁’을 의미했다. 치부를 드러낸 바티칸의 관습을 전통이라 묵인하지 않고 깨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바티칸은행 개혁이 그렇다. 바티칸은행은 마피아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임 베네딕토 16세도 자체 금융감독기구를 만들어 개혁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3개월 만에 칼을 빼 들었다. 교황청에 금융안정위원회를 구성해 바티칸은행의 운영 내역과 결과를 보고하게 했다. 또 세계적인 회계법인에 회계 감독을 의뢰했다. 올해 7월에는 자산운용사 인베스트코유럽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장 바티스트 드프랑쉬를 새 은행장에 앉혀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했다.

한국방문을 앞두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5일 성베드로광장에서 순례여행을 온 독일의 청년 봉사자들과 만남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국방문을 앞두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5일 성베드로광장에서 순례여행을 온 독일의 청년 봉사자들과 만남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톨릭의 해묵은 비리인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도 묵과하지 않았다. 교황은 3월 교황청에 아동 성추행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바티칸에서 독일, 아일랜드, 영국의 성추행 피해자들을 3시간 넘게 만나 사과했다. 교황은 “사제들의 성추행은 신성모독과 같은 행위”라며 “이들은 소년 소녀들을 욕정이라는 우상의 제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어디에도 이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숨을 곳은 없다”며 “문제 해결에 머뭇거리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1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청문회에 교황청 인사 5명을 사상 처음으로 출석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행보는 즉위 한달 만에 추기경 자문단이 구성되면서 이미 예고됐었다. 교황이 바티칸에 공식적으로 자문단을 꾸리는 건 이례적이라 구성만으로도 뉴스였다. 이탈리아, 독일, 칠레, 인도, 콩고민주공화국, 호주, 온두라스, 미국 등 각 지역 추기경들이 고루 선발됐다. 다양한 대륙 출신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교황의 개혁은 교황청 울타리를 넘는다. 그는 거리로 나가 교회가 실천해야 할 정의를 끊임없이 외친다. 마피아의 소굴에 들어가 마피아를 “악의 숭배자이고 공익에 대한 모욕”이라고 파문했다. “내 나이에는 잃을 것도 없다”며 방탄차조차 거부한다. ‘내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하느님 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중요한 건 교황의 개혁을 따라 교회가 어떻게 변하느냐다. 교황은 개혁 설계도랄 수 있는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나는 더 좋아한다. 우리에게 거짓 안도감을 주는 조직과 습관 안에 갇히기를 두려워하며 행동하길 바란다.”

개신교 목사인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은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사랑의 사회적 실천인 사회정의와 평화 실현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라며 “행동하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이 한국 교회가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황 방한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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